[재경일보 박인원 기자] = 비록 아시안컵에서 통쾌한 승리를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이번 대회 내내 까닭을 단정하기 어려운 기복을 노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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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 우즈베크와의 8강전을 거치며 한 경기에서도 다른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각각 다른팀이 경기를 하는 것 같이 편차가 크다. 다만 전반에 주춤하다가 후반에 기술적,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흐름은 공통적으로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같은 널뛰기 축구의 원인이 선수들의 심리에 있다고 의심했다.

그는 "훈련 때 멀쩡하게 잘하다가 경기가 막 들어가면 이상하게 위축됐다"며 "선수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전은 오랜만에 치르는 경기라서, 오만전은 조별리그 판도를 결정하는 첫 경기라서, 우즈베크전은 지면 귀국하는 단판승부라서 선수들이 위축됐다고 진단이다.

지난 22일 우스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슈틸리케는  "전반에 패스가 다섯 차례 이상 연결되는 장면을 한 번도 못 봤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지면 보따리를 싸서 돌아가고 국내에서 비평가들의 십자포화를 얻어맞을 것이 분명해서 선수들이 은연중에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다행히 후반 들어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하면서 상황이 나아졌고 연장전 때는 경기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에 슈틸리케는 오는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즐기는 축구'라는 주제를 승부수로 던진다고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와 준비"라며 "4강전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한판이고 부담도 심해 이를 정신적으로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방침이다.

그는 "그라운드에 나가서 신나게 즐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며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하자고 주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틸리케호가 오만전 후반의 기술, 호주전의 투지, 우즈베크전 연장전의 기술과 투지 등 몸이 풀렸을 때 보여준 즐거운 모습을 이라크를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