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전쟁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겹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119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22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119.50달러까지 상승했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19.4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가격은 다소 조정을 보이며 브렌트유는 약 101달러, WTI는 약 98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번 유가 급등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와 비교하면 브렌트유 가격은 약 66%, WTI는 약 77% 상승한 상태다. 다만 국제유가의 역사적 최고치는 2008년 기록된 배럴당 약 147달러로, 현재 가격은 여전히 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시장 구조 역시 공급 부족 상황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브렌트유 근월물 가격이 6개월 후 인도 계약보다 크게 높은 이른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급격히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재 근월물과 6개월물 가격 차이는 약 36달러까지 벌어졌으며, 이는 관련 데이터가 집계된 2004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기록된 약 23달러였다.
유가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현재 사실상 선박 운항이 마비된 상태다. 여기에 이란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롭게 임명되면서 이란 내 강경파 권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더라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 시설 피해와 물류 차질, 해상 운송 위험 증가 등으로 공급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미국 내 연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휘발유 선물 가격은 갤런당 약 3.22달러까지 상승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전략비축유(SPR) 방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는 정부에 전략비축유 방출을 요구했으며,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주요 7개국(G7)도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략비축유 방출만으로는 현재의 공급 충격을 충분히 완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UBS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차질 규모에 비하면 전략비축유는 제한적인 역할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 차질도 확대되고 있다. 이라크의 주요 남부 유전에서는 원유 생산량이 약 7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역시 생산을 줄이고 수출 불가를 의미하는 '포스 마쥬르(force majeure)'를 선언했다. 사우디 아람코도 두 개 유전에서 생산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일부 수출 물량을 홍해의 얀부 항구를 통해 우회 운송하기 위해 약 4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긴급 판매 입찰에 내놓았다.
에너지 시설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카타르는 주요 인프라 공격 이후 LNG 생산을 중단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산업지대에서는 낙하 잔해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바레인의 BAPCO 정유시설 역시 최근 공격 이후 포스 마쥬르를 선언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최대 정유시설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운송과 제조 비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여부와 중동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국제유가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