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 판사가 워싱턴 D.C. 내셔널몰 인근에 내걸린 반트럼프 성격의 '86 47' 깃발을 국립공원관리청이 철거하지 못하도록 일시적으로 막았다. 이에 따라 진보 성향 단체가 게시한 해당 깃발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당분간 유지될 수 있게 됐다고 폭스뉴스(FOX)가 2일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랜돌프 모스 판사는 1일 진보 단체 어카운터빌리티 나우 USA(Accountability Now USA)가 제기한 소송에서 임시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 단체는 국립공원관리청이 깃발 게시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이는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깃발에는 '86 47'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표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86'은 식당 업계 등에서 특정 물품을 없애거나 서비스를 거부한다는 의미로 쓰이며, '47'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인 트럼프를 가리킨다는 해석이 제기돼왔다.
내무부 "이런 행동 용납돼선 안 돼"
트럼프 행정부 내무부는 법원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폭스뉴스 디지털에 "이번 의견은 오바마가 임명한 판사에게서 나온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어떤 위협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본적 품위가 사라진 세상인가"라고 비판했다.
대변인은 이어 "내무부는 법원의 명령을 준수할 것이며 실제로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유형의 행동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86 47' 표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는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조개껍데기로 '86 47'이라는 문구를 배열한 사진을 올린 것과 관련해 두 건의 연방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코미 전 국장은 해당 표현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력적 위협을 뜻한 것이 아니며, 자신은 "떠나라" 또는 "버리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주장해왔다.
판사 "표현의 의미 모호...폭력 상징 없어"
모스 판사는 결정문에서 '86'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모호하다고 봤다. 그는 해당 깃발 자체에 폭력적 상징이 포함돼 있지 않고, 애국적 색상이 사용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모스 판사는 "증거는 원고가 '8647' 깃발을 통해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고 직위에서 제거하도록 촉구하려 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통령의 생명이나 안전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위협은 불법 행위를 촉구하는 발언을 계속할 공익이나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스 판사는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법무부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연방 판사로 임명됐다. 폭스뉴스는 그가 과거 민주당 후보와 관련 단체에 기부하거나 자원봉사를 한 이력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겨냥 폭력 사건 이후 민감해진 분위기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폭력의 표적이 된 이후 정치적 표현과 위협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이 커진 가운데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두 차례 암살 시도를 겪었다. 그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는 총격범이 지붕 위에서 발포해 총알이 트럼프의 귀를 스쳤다. 또 최근에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과 관련된 암살 모의 혐의 사건도 논란이 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아 파루키 연방 치안판사는 피의자 콜 앨런의 구금 처우에 대해 사과성 발언을 했다가 트럼프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파루키 판사는 "최소한 나는 그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그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와 대통령 신변 위협 사이 충돌
이번 깃발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공직자에 대한 위협 방지 사이의 경계가 다시 쟁점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보 단체는 '86 47' 깃발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과 해임을 요구하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을 겨냥한 위협적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원의 임시 금지명령은 14일 동안 효력을 갖는다. 본안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해당 문구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는 정치적 표현인지, 아니면 대통령 신변에 대한 위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