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경기 상황 탓에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가 새해 들어서도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BSI는 73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4월 82였던 이 지수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5월 79로 하락하고서 9개월째 70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고, 미만이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체감 경기가 상대적으로 더 나빠졌다.

중소기업(69→71)과 내수기업 BSI(71→73)는 전월보다 2포인트씩 올랐다. 반면, 대기업(77→76)과 수출기업 BSI(71→73)은 각각 1포인트 떨어졌다.

2월 제조업 업황 전망BSI는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한 73으로, 다음 달 경기는 연초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박동화 한은 기업통계팀 차장은 "새해 들어 선진국의 상반된 통화정책 등으로 세계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된데다,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수출업체 중심으로 업황 전망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들은 경영의 최대 애로 사항으로 내수 부진(24.7%)을 꼽았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은 비율은 18.4%로 한 달 전(16.8%)보다 상승했다. 경쟁 심화(11.8%), 수출 부진(9.8%) 등이 뒤를 이었다.

서비스업 등 비(非)제조업의 업황BSI는 69로, 역시 전월과 같았다. 다만, 2월 업황 전망BSI는 70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올랐다.

새해 들어 얼어붙었던 소비자심리가 조금 풀린데다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비제조업체들은 경영 애로 사항으로 내수부진(24.9%), 경쟁 심화(15.5%), 불확실한 경제상황(15.1%)을 많이 꼽았다.

소비자심리지수(CCSI)까지 포괄해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95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해 조사한 1월 BSI는 94.0으로 10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대기업들의 얼어붙은 체감경기가 1년 가까이 녹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데다 중국·일본 등 주요 교역국의 경제 상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전경련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