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국제 유가 폭락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란 예상이 현실이 되었다. 가장 먼저 성적을 공개한 에쓰오일은 2014년 2천5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2011년 유가 고공 행진과 석유화학부문 사업확장 등으로 1조6천97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2012년 7천817억원, 2013년 3천660억원으로 영업이익 줄더니 지난해 34년 만에 적자를 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정유사들은 "2천억원대 적자면 선방했다. 부럽다"는 반응이다.

정유사들은 그동안 정유부문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석유화학 제품이나 윤활유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흑자경영을 해왔다. 그런데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10월1일 93.52달러에서 12월31일 53.60달러로 석달새 40달러가 폭락하자 정유부문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바람에 총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유가가 급락하면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평가 손실이 극대화되고, 원유를 유조선에 실어 한국까지 수송하는 20여일 동안 가격차이가 발생해 이윤을 깎아 먹기 때문이다.

SK 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는 작년 4분기에만 정유부문에서 각각 5천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에쓰오일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에 이은 국내 3위 업체라서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최대 주주(63.4%)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지역 원유 판매단가(OSP)를 인하해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다.

에쓰오일은 "원유 수입량의 90% 정도를 아람코에서 가져온다"며 "OSP 인하로 정유부문 적자를 1천200억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방주완 에쓰오일 자금담당 상무는 "최근 열흘간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수준에서 등락해 바닥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가가 추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정제마진 개선이 고스란히 반영돼 정유부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월5일, GS칼텍스는 2월 둘째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예상대로 두 회사가 정유부문에서 각각 5천억원 이상 손실을 냈다면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 3사의 지난해 정유부문 손실은 총 2조원을 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작년 1∼3분기 1천792억원의 흑자를 냈으며 4분기 대규모 손실에도 연간으로는 적자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