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인 김무성 대표가 선출되는 등 비주류가 다수를 차지한 데 이어 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당을 이끌 원내 지도부마저 비주류가 싹쓸이하면서 당청 간 역학 관계의 균형추가 급격히 당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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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 신임 원내대표가 경선 기간 내내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발언을 거듭 강조한 점으로 미뤄볼 때 새 원내 지도부는 취임과 함께 청와대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도 "대통령도, 청와대 식구들도, 장관님들도 이제는 더 민심과 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줘서 우리 함께 손잡고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며 당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의 요구대로 '당 중심의 당청 관계'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당과 청와대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난해 김 대표 취임 이후 "단절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당청 관계는 더욱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멀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다.
특
히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유 원내대표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해온 점으로 볼 때 증세 문제, 저리의
주택 대출 정책, 건강보험료 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 문제 등 기존에 갈등을 빚어온 정책들을 사이에 두고 당청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유 원내대표가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일부 청와대 참모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청와대 인사 쇄신' 요구가 봇물이 터지듯 분출할 수도 있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내 정당화 현상의 가속화로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가운데 '주류'가 집권 만 2년 차도 되지 않는 시점에서 원내대표를 '비주류'에 내준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집
권 첫해 10%대 초반 지지율을 기록했을 정도인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집권 4년차에 들어서야 처음 원내대표를 비주류에
뺏겼다는 점에서, 친박 주류는 이미 앞날을 걱정해야 할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친박계
가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경선과 전당대회 참패,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 경선에 이어 이번에도 무기력하게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새누리당 내 역학 구도도 옛 친이(친이명박)계가 중심이 된 비박·비주류가 급격히 세를 불려나갈 공산이 커졌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여권 전체의 권력 지도도 서서히 재편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무조건' 뒷받침하던 주류 측의 급격한 초반 몰락에 따라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이 올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형국이다.
이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20%대로 급락하면서 40%대 초반인 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비주류가 장악한 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