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부터 치과 병·의원에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게 됨에 따라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간 영역다툼이 심해지고 있다. 이는 법으로 정한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를 두고 양 측의 입장 차이가 큰데서 비롯된 것으로, 자칫 환자들의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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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보건복지부와 치과의사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기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를 조정했다. '치석제거 및 치아우식증의 예방을 위한 불소도포, 기타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로 광범위하게 정의돼 있던 것을 '치석 등 침착물(沈着物)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등'으로 구체화했다. 반면 간호조무사는 기존과 같은 간호보조, 진료보조의 업무로 유지했다.

이 시행령은 유예기간(법적유예 1년6개월, 행정유예 1년 8개월)을 거쳐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가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면서 그동안 치과위생사의 업무 중 일부를 해왔던 간호조무사들이 3월 이후부터는 아예 이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물 론 치과에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가 동시에 일하고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치과 중 33%는 치과위생사만 고용하고 있으며, 31%는 간호조무사만 두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치과의 60% 이상에서는 그동안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가 서로의 업무범위를 넘나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역간 다툼의 포문은 상대적으로 업무범위가 크게 줄어든 간호조무사협회가 열었다. 조무사들은 법률 개정에 반대하면서 치과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법적인 제도 마련과 시행 유예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법의료신고센터를 개설해 위생사의 업무범위로 정의돼지 않은 수술보조(임플란트 등), 생체활력징후측정, 주사행위 등에 대해 불법의료로 신고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법이 시행되는 3월부터 치과위생사의 고유업무를 간호조무사가 할 경우 개정법에 따라 처벌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직역간 다툼에 치과의사협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두 협회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2년여가 넘는 유예기간에 보건복지부나 치과의사협회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 과의사협회 관계자는 "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치과위생사만 근무하는 치과는 수술 보조나 주사, 생체활력징후측정 등을 위해 간호조무사를 채용하거나 치과의사가 직접 치과위생사를 도와 진료해야 하고, 간호조무사만 근무하는 경우에는 모든 업무를 치과의사가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단체 모두 과격행동을 자제하고, 한걸음씩 양보해 하루빨리 중재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