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방성식 기자] =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유승민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친박'과 '비박' 경합이 사실상 비박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Like Us on Facebook


새누리당이 당장 직면한 사항은 세수확보 방안의 마련이다. 새누리 당내 의견이 '복지 축소'와 '세금 인상' 두 방향으로 나뉘어진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의 입김이 정책의 방향에 영향력을 크게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유승민 의원인 세수확보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말, "증세 논의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짧은 주장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서는 혹독하게 공격할 것이 확실하다. 유승민 의원은 그동안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 복지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수밖에 없고, 복지를 더 하려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솔직히 말씀드리고 국민의 선택이 무엇인지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또한 무상복지에 대해서도 "백화점식 정책으로 돈은 많이 쓰면서 문제는 계속 발생하므로 원내대표가 되면 전면적 재검토에 들어가겠다"며 복지정책 수정에 대한 의지도 밝힌 바 있다.

유승민 위원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을 때 비서실장을 맡은 '원박'에 가까운 위치였지만,  '할 말은 하는'성향으로 인해 이따금 청와대에 쓴소리를 해왔고 그 때문에 박 대통령과는 사이가 많이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유 위원의 당선은 정부에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여당의 지지를 받지 못해 박 대통령 정권이 조기 권력 누수 (레임덕)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유 원내대표가 세수확보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것이라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아직 그가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확실하진 않지만, 대통령의 행보를 조목조목 비난해왔던 만큼 정체된 새누리당의 분위기에 '바람'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거란 평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에 반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아직 도약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거기에 야권도 유 원내대표의 당선에 호의적인 분위기다. 유기홍 수석 대변인은 "유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할 말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는 국회를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경선 토론회를 보며 많은 기대를 하게 됐다"며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대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의 대화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불안한 상황이다. 유 원내대표는당선소감에서 "앞으로 대통령, 청와대, 정부와 진정한 소통을 하겠다"고 발언했지만 이미 경색된 청∙당 관계는 한쪽의 일방적인 대화요청으로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당의 태도에 따라 아직 임기가 2년 남짓 남은 정권이 흔들리는 위기가 찾아올수도 있다. 대통령이 '불통대장'으로 낙인찍힌 가운데 유 원내대표가 얼마나 청와대를 잘 어르고 달래냐에 따라 소통의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것이다. 이제 유 원내대표는 당선과 동시에 최대한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