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의 길목에 들어섰으니 크게 길하고, 따스한 기운이 감도니 경사스러운 일들이 줄을 이을 것인가. 새봄의 소망을 기원하는 입춘첩(立春帖)이 대문마다 여덟 팔(八)자로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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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로 접어들자마자 추위도 잠시 한풀 꺾였다. 남녘에선 때 이른 꽃소식이 나풀거리듯 팔랑팔랑 들려온다. 성급하게 봄으로 봄으로
달리는 마음! 하지만 봄을 본격적으로 노래하기엔 아직 이르다. 한파의 기세가 일시 움츠러들었을 뿐 언제라도 전국 산야에 휘몰아칠 수
있어서다.
입춘이 낀 2월 첫주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동장군조차 주눅들게 했던 겨울축제가 부쩍 줄어들었다.
1월을 뜨겁게 달궜던 화천산천어축제를 비롯해 가평 자라섬씽씽겨울축제, 태백산눈축제 등 굵직한 축제들이 약속이나 한 듯 지난 1일
동시에 막을 내렸다.
해마다 2월을 들썩이게 하던 정월대보름축제들도 올해는 한 달 뒤인 3월에 열리게 된다.
음력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춰진 까닭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평창송어축제와 남원 바래봉눈꽃축제가 각각 8일과 15일까지
이어지고, 청양 칠갑산얼음분수축제가 22일까지 개최됨은 그나마 위안이랄까.
그래서인지 동절기 '축제 가뭄'의
달인 2월은 모두 44개에 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관광축제'가 단 하나도 없는 보기 드문 달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올해
2월은 축제가 '동면(冬眠)' 상태에 잠시 빠져드는 달이 될 것 같다.'
이
달의 주요 축제로는 입춘을 맞아 3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탐라국입춘굿놀이'와 27일부터 3월 1일까지 진행되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를 꼽을 수 있다. 물론 하동 마을당산제, 보성 대포리 갯귀신제 등도 있긴 하나 지역의 작은공동체 단위로 열리는
전통예술잔치 정도다.
탐라국입춘굿놀이는 탐라국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제주 유일의 전통계승축제. 한 해의 시작인
입춘을 맞아 봄이 시작됐음을 알림과 동시에 풍년을 기원하는 일종의 풍년제 성격을 띠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1만8천의 신들을
빛으로 맞이해 관리와 백성이 신분을 초월해 한데 어울려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
제주시 목관아 일대에서
열리는 입춘굿놀이는 3일 오후 6시 전야굿을 시작으로 4일에 춘경문굿, 입춘굿, 낭쉐몰이 등의 본 굿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5일 오전 10시부터는 민속난장, 예기무, 입춘탈굿놀이 같은 놀이굿이 진행된다. 물론 먹거리마당과 입춘장터 등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울진대게축제는 매년 2월 말께 경북 울진의 후포항에서 열려왔다. 동해안의 특산물인 울진대게를 주인공
삼아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놀이마당으로 그 맛과 멋을 즐기게 하는 것. 하지만 축제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3일 현재까지 올해
축제의 정확한 계획마저 확정되지 않아 축제를 기다리는 이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이렇듯 올 2월은 축제가
유달리 드물다. 그러나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민족 최대의 고유명절인 설날이 이달 중순에 들어
있어서다. 전통적으로 해마다 음력 1월 1일이 되면 온 가족이 한 데 모여 혈육의 정을 나누고 마을 등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춤과
놀이를 즐겼다. 현대적 의미의 축제가 뜸한 이달에 축제의 본래 연원인 전통명절과 세시풍속의 의미를 찬찬히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축제란 본디 일탈과 여유, 그리고 어울림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