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논란'에 휘말린 한예진(44)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은 3일 "섭섭하고 억울한 점이 많다"며 "저는 갓 태어난 아이인데 지켜봐 주지 않고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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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감독은 이날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내 오페라계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경륜 부족을 문제 삼는 데 대해 "외국에서 '젊다', '어리다'는 것은 젊은 감각으로 열정 있게 일할 수 있다는 뜻인데 한국 정서에서는 아무래도 '경험 없지 않으냐'는 뜻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지켜봐주시면서 평가해달라"며 사퇴할 뜻이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한 예술감독이 자신을 둘러싼 자질 논란에 대해서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2일 한 예술감독이 "현장 경험이 많아 세계 오페라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과 기량을 갖췄다"며 신임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국내 오페라계에서는 그가 국립오페라단장을 맡을 자격이 부족하다며 반발했고, 일각에서는 '한국오페라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사퇴를 요구해왔다.

여 기에 한 예술감독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이력서에 상명대 산학 협력단 특임교수 경력을 실제보다 1년 많은 2013년으로 잘못 기재한 것이 뒤늦게 확인되고 비대위가 이를 "허위 경력"이라며 검찰에 고발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한 예술감독은 "경력과 경험 부분은 (전임자들도) 국립오페라단 기관장으로서 경력 갖춘 분들이 몇 분 안 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분들 또한 이전에 단장을 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와 비슷한 조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는 검찰에 고발된 데 대해서는 "굉장히 억울하고 속상하지만 문체부에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마지막에 직접 검토를 못하고 보낸 것은 제 책임"이라며 "이미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비방, 명예훼손은 앞으로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에 대해 맞대응을 하지는 않겠다며 "검찰에서 조사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예술감독은 그동안 소문만 무성한 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국내 학력과 경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베르디국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가기 전 충남대 성악과를 잠시 다녔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카스텔란자 등 주로 작은 지역에서 야외 페스티벌이나 독창회 등 무대에서 활동했고 오페라 제작 경험은 없다고 밝혔다.

그 는 "저는 일단 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소프라노로, 세계적인 소프라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경력과 관련해선 "시간 강사 같은 것"이라며 "그 경력을 부풀린다는 것은 제게 실익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모두를 위한 오페라"를 목표로 한 국립오페라단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오페라와 미술, 패션, 무용 등을 융합한 공연 제작과 공연 횟수 대폭 확대, 한국적 이야기에서 벗어난 현대적 창작 오페라 제작, 학연·지연, 나이를 불문한 오디션을 통한 성악가 캐스팅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한 예술감독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과 비전을 밝혔지만 향후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비대위 관계자들이 한 예술감독에게 직접 질의를 하겠다며 회견장 진입을 시도하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들과 승강이를 하는 등 소란이 빚어졌으며, 한 예술감독은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