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최근 아시아 지역의 경제구도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각국이 경쟁하듯 금리를 내리면서 원화가 주요국 통화보다 강세를 보이기 시작해 국내 수출 경쟁력에 부담이 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유가 하락세까지 제동이 걸려 향후 유가가 급등할 경우 원화 강세와 맞물려 국내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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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가는 각국 환율... 올라가는 유가

금융투자업계가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53.05달러로, 올해 들어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저였던 지난달 28일(44.45달러) 대비 19.3%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매수세 물량이 꾸준히 유입되어 유가가 상승한 것이다.

원화는 현재 일본 엔, 중국 위안, 유럽연합(EU) 유로,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대만 달러, 러시아 루블, 인도 루피, 브라질 헤알 등 세계 주요 통화 대비 했을 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호주까지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한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 환율 전쟁이 확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환율전쟁과 유가반등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가가 이미 바닥을 쳤기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2008~2009년처럼 가파르게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당시와는 상황이 정 반대의 수준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2008년의 유가 급락은 수요 충격에 따른 결과였고, 석유수출기구(OPEC)의 즉각 감산이 가능했다. 당시의 원유 재고도 낮은 수준이었으며, 물가 측면에선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있었다.

반면 현재의 유가 급락은 수요보단 공급의 충격이 크다. OPEC의 감산 결정도 미국∙러시아 등 비회원국과의 시장점유율 문제로 지연되고 있으며, 원유재고 부담도 큰 편이다. 디플레이션의 압력이 존재한다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각국의 환율전쟁으로 다른 나라의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근린궁핍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져,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성근 선임연구원도 "오는 6월에 열릴 OPEC 총회 전까지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 한국도 환율경쟁에 동참할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인상을 예측하는 쪽에선 수출 부진을 위해 금리가 인하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정성욱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 부진이 길어지고 글로벌 교역활동 전반적인 흐름이 둔화하면서 가격 변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통화환경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를 더욱 압박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준호 BS투자증권 연구원도 "다음 주 10일에 발표될 중국 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쇼크'로 확인될 경우,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전날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을 살펴볼 때 전반적으로 가계 부채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됐다는 점에서 2월에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