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와 개각 발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처리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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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청와대를 향한 쇄신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개각의 폭과 시기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단 청와대 관계자들은 개각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의 의중에 달린 것이라며 함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내에선 박 대통령이 당심과 민심을 반영해 개각의 틀을 새롭게 짜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주류가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싹쓸이하는 등 힘의 균형추가 당으로 급속히 기울어졌고, 대통령 지지율도 국정운영 마지노선인 30% 아래로 내려간 만큼 박 대통령이 기존 구상인 소폭개각으로는 위기국면을 돌파하기 어렵게 됐다는게 이러한 관측의 배경이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당의 여론을 주시하면서 이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통과된 후 개각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완구 총리인준안이 처리되면 총리의 장관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형태로 당심을 반영해 개각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이와 관련, 여권 내에선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통일부, 국토교통부 장관 외에 법무부, 외교부 등 2∼3개 부처가 개각 대상에 더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차기 비서실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황교안 법무장관이 만약 비서실장으로 발탁된다면 법무부도 자연스럽게 개각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김병호 언론재단 이사장 등 여의도와 소통이 가능한 정치인 출신의 중량급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어 황 장관의 거취는 아직 유동적이다.

여권 일각에선 이완구 총리 인준안 통과와 개각발표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회동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세없는 복지'의 폐기, 당청관계 재정립 등 민감한 현안이 돌출한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이 집권 2주년을 전후해 여당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관측이 실제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박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인적쇄신론과 복지없는 증세 재검토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이 요구하는 국정기조 전환 압박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인사문제와 관련해 청와대가 당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동시에 강조하는 것도 당의 주문과 요구를 떼밀리듯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결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