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이달 말 종료하는 구제금융의 연장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오는 6월까지 정부 재원 조달을 위해 '가교 프로그램'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8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기존) 구제금융은 실패했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6월까지 우리에게 재정적 유동성을 줄 새로운 협의, 가교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밝혔다.

치 프라스 총리는 "그리스는 채무를 상환하고 싶다"며 "우리의 (유럽연합) 파트너들도 이를 원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실행 가능할지 우리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채권단에 가교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촉구한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가교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가 15일 이내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리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제금융은 이달 28일 종료된다. 채권단은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긴축 계획을 이행하고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기를 바라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새 정부의 '반(反) 긴축' 공약을 실행하는 데 흔들림 없이 임하겠다며 이행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한 달 최저임금을 내년까지 현행 580유로(약 72만3천원)에서 751유로(약 93만3천원)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근로자 1인의 연간 소득에 대한 면세 기준을 기존 5천유로(약 621만원)에서 1만2천유로(약 1천500만원)로 상향 조정하고 고가의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세제 개편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긴축 이행 과정에서 위헌적으로 정리해고된 공공 부문 직원들을 복직시키고 2013년 폐쇄된 국영 ERT 방송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공자산 매각을 중단하고 구제금융 피해자들에게 에너지, 주택, 보건서비스 등을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 프라스 총리는 그리스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 독일로 인한 피해 배상금을 청구할 방침도 시사했다. 나치 독일은 그리스를 침공하고서 4년 동안 당시 그리스 중앙은행에 막대한 전시 대출을 강요해 그리스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간 바 있다.

그리스 의회는 오는 10일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할 예정이다.

그리스는 11일과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차례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유로존 재무장관 임시회의와 EU 정상회의에서 가교 프로그램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전 의장은 그리스 경제 위기와 관련해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이날 BBC 라디오에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유로존에 남는 것이 그리스나 다른 유로존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최선의 전략이라는 것을 모두가 깨닫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방송 RAI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빠진다면 다른 나라들도 이를 뒤따르게 되고 취약한 유로화는 결국 붕괴할 것"이라며 유로존 잔류 의지를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