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은 특정 멤버가 '떠도 고민이고, 안 떠도 고민'입니다."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음반기획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의 토로다.
특정 멤버가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이 멤버의 개별 스케줄로 인해 그룹 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고, 신인 그룹의 경우 한 멤버라도 띄워 팀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니 '안 떠도 고민'인 것이다.
아이돌 그룹들은 데뷔 때부터 음악, 연기, 예능으로 멤버들의 진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신인 그룹들이 인터뷰를 할 때면 저마다 "음악을 중심에 두지만 배우로, MC로도 성공해 팀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떠도 문제가 발생한다. 특정 멤버에 일정이 몰리다 보니 팀 활동을 이어가는데 차질이 빚어지고, 다른 멤버들은 소외된다고 여겨 팀의 불화설이 돌곤 한다.
최근 타이니지의 멤버 도희는 tvN '응답하라 1994'로 뜬 뒤 연기 활동을 위해 '팀 활동을 거부한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실제 도희가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등에 잇달아 출연하자 나머지 두 멤버는 태국에서 따로 활동을 이어갔다.
소 속사 지앤지프로덕션은 10일 "도희가 팀 활동을 거부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회사 사정상 타이니지는 국내에서 팀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도희는 연기 활동을, 민트와 제이민은 태국에서 활동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도희 가 타이니지 활동 중단의 원인이 아니더라도 기획사들은 그룹에서 특정 멤버가 뜨면 나머지 멤버들의 활동을 두고 고심하기 마련이다. 한 멤버가 드라마에 출연하면 기본적으로 2~3달이 소요되니 그룹의 앨범은 예정대로 내기 어렵다.
멤버들의 솔로 및 유닛 활동이 많아진 데는 이러한 이유도 그중 하나다.
제국의아이들도 임시완과 박형식이 배우로 뜨면서 드라마 '미생'과 '가족끼리 왜 이래'에 각각 출연하자 다른 멤버 동준, 민우, 케빈, 희철, 태헌은 5인조로 유닛(소그룹) '제아 제이'(ZE:A J)를 결성해 지난달 일본에서 음반을 발표했다.
소 속사 스타제국의 박민성 홍보팀장은 "한 멤버가 드라마를 찍으면 거의 매일 촬영이어서 팀의 앨범 활동과 행사 일정에 영향이 있을 순 있다"며 "그래서 다른 멤버들은 뮤지컬과 웹드라마, 예능에 출연하거나 격투기, 디제잉 등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에이도 수지가 예능과 드라마, 영화를 통해 활약이 커지자 다른 멤버들은 개별 스케줄에 나섰다. 중국인 멤버 지아는 중국 방송에 간간이 출연했고, 페이는 케이블채널 요리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올해 상반기 선보이는 미쓰에이의 앨범은 2013년 11월 앨범 이후 처음이다.
최근 '예능 대세'가 된 강남은 힙합그룹 엠아이비 소속으로 역시 팀이 앨범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리더 오직은 지난해 12월 솔로 곡을 냈고, 다른 두 멤버는 휴지기다.
소 속사 정글엔터테인먼트 사정을 잘 아는 한 가요 관계자는 "지난 4년간 기획사가 엠아이비를 띄우려 노력했는데 여의치 않았다"며 "그런데 강남이 비로소 예능 쪽에서 주목받으며 대세로 떠올랐으니 무척 반가운 상황이다. 하지만 강남이 스케줄이 많아 팀 활동은 속도를 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특정 멤버에게 활동이 몰리다 보면 그룹 내 불화설, 기획사와 갈등설도 생겨난다.
실제 활동량이 적은 멤버 중에선 사석에서 "회사가 인기를 얻은 멤버에게만 신경 쓴다. 그 친구가 바빠 행사 출연도 어렵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개별 활동 수익은 각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멤버 간 빈익빈 부익부도 커진다.
한 아이돌 그룹 기획사 이사는 "어느 그룹이나 이런 문제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인기 있고 '끼'가 있는 멤버에 대한 방송가의 '러브콜'은 당연한 것이니 다른 멤버들이 팀 활동 공백기에 개별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대화를 많이 나눌 필요가 있다.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