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11일 경제 활성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소모적인 '증세·복지' 논쟁보다 경제 살리기가 먼저라는 지론을 거듭 확인한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당·청 회동 직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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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를 줄이거나 증세를 해야 한다는 양자택일의 논쟁 구도에서 벗어나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통한 경제 체질개선과 각종 경제 활성화법 처리를 토대로 한 성장동력 확보에 진력할 때라는 공감대가 지도부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새 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밀물은 모든 배를 띄운다"는 비유를 들었다. 침체한 경제를 활성화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면 성장률 반등에 따라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수가 자연스레 증가하고 복지를 위한 재원도 인위적인 증세 없이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대표는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의 삶도 좋아지고 세수도 늘어나는 등 성장의 최고의 해결책"이라며 "경제성장률이 1% 높아지면 세수가 2조원 정도 늘어나는 만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런 논리를 바탕으로 야당을 향해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된 만큼 문재인 대표도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번 2월 임시국회부터 민생경제 법안 처리 등 경제 활성화 노력에 크게 힘을 보태주리라 기대한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 중점 법안의 임시회 처리를 요구했다.
지도부 내 대표적인 '정책통'인 유승민 원내대표도 바통을 이어받아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특히 "(박 대통령에게) 지금 상황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틀에 갇히면 앞으로 상당히 어려워지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 유연히 대처하자고 건의했다"며 "당내 의견 수렴과 여야 협의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건의했고,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취임 때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증세·복지 논쟁에 불을 댕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풀어가면서 당장 시급한 경제 살리기에 집권 여당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투톱'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쌍끌이로 강조한 경제 활성화에 이인제 최고위원도 맞장구를 쳤다.
이 최고위원은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경제의 활력을 다시 살려내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하다. (법인세) 세율을 높여서 무슨 처방이 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당·정·청 협의체를 통한 경제 살리기 전략 수립과 실천을 주문했다.
정 갑윤 국회 부의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의 자동차·조선 산업을 언급하면서 "반세기 한국 경제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 온 울산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를 다시 한번 견인해 갈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앞다퉈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배경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유리한 '증세와 복지' 프레임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경제 활성화에 손발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9천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올해도 세수 결손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등 경제가 서서히 침몰하는 형국을 벗어나지 못하면 여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 만, 심재철 의원은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세출 구조조정으로 돈(복지 재원)을 만들겠다고 공약 가계부를 발표했지만, 지난 2년 성적표는 목표치에 턱없이 못 미치고, 앞으로도 달성 가능성이 없다는 게 솔직한 접근"이라며 증세·복지 문제를 풀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심 의원은 "저항이 큰 증세를 하는 것보단 '복지 다이어트'를 하는 게 그나마 합리적이고 저항이 덜할 것"이라고 무상보육·무상급식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대통령께선 증세 없는 복지라는 구호에 갇혀 있지만 마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