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은 4일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법안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처분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62표, 반대 37표로 통과에 필요한 의석(66표)을 확보하지 못해 부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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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 등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이를 무력화하고 법안을 발효시키려면 상·하원에서 총 의석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함에 따라 하원에서는 표결조차 무의미해지게 됐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키스톤XL 법안을 다른 법안에 붙여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예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키스톤XL 법안이 상·하원을 각각 통과해 넘어오자 공언해온 대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취임 이후 세 번째 거부권 행사였다.
키스톤XL 법안은 원유 생산지인 캐나다 앨버타 주 하디스티에 있는 '타르 샌드'를 정유 시설이 있는 미국 텍사스 주의 멕시코만까지 수송하는 하루 83만 배럴 규모의 원유 수송 송유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주요 골자다. '타르 샌드'는 타르 성분이 함유된 모래와 돌로 오일 샌드로도 불리며 이를 정제해 석유를 뽑아낸다.
수년간 환경론자들과 재계의 로비전이 치열했던 법안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에너지 자립도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공화당의 주장과 미국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환경오염 등을 유발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6년 이상 표류하고 있다.
캐나다의 타르 오일 생산업체인 트랜스캐나다(Trans Canada)가 지난 2008년 1700마일(2740㎞) 길이의 키스톤XL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공화당은 송유관이 건설되면 70억 달러(7조7000억원)의 직접투자와 함께 2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남미와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 발의를 주도했다. 공화당 지지층인 원유업계는 송유관이 건설될 경우 34억달러(약 3조7400억원)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환경론자들과 민주당은 타르 샌드가 액체가 아니라 반(半)고체 상태이고 부식성분도 많아 송유관을 손상시킬 수 있는 데다 송유관이 지나는 네브래스카주에는 미 중서부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대수층(帶水層·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이 있어 자칫 송유관 부식으로 타르 샌드가 샐 경우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6개 주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사업이 국토를 파괴하고, 타르 샌드가 정제 과정에서 다른 원유보다 온실가스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해 환경에 치명적일 뿐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을 늘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현재 진행 중인 국무부의 검토 과정이 끝난 이후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상·하원을 각각 통과해 넘어온 키스톤XL 법안에 대해 "안전, 환경문제 등 국익에 영향이 큰 이슈인 만큼 충분한 검토기간이 필요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