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모술 박물관의 유물과 고대 서적을 파괴한 지 일주일 만에 또 고대 아시리아 도시 유적을 파괴했다.
IS는 유물 파괴 사실을 성명을 통해 자인하는가 하면 드릴이나 망치, 톱을 이용한 파괴 장면을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해 고고학자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경악한 상태다.
이처럼 이라크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쉽게 예측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IS가 공개적으로 세계적 유산을 파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IS는 이슬람 율법을 명분 삼아 유적을 파괴했다고 논리를 펴고 있다. IS는 작년부터 고대 아시리아 제국 유물을 다수 보유한 모술시 박물관이나 2300년 역사의 고대 도시 하트라 등 주요 유적지의 문화재 담당 관리들을 겨냥해 '우상을 보호한다'고 비판하거나 위협을 가했다.
덧붙여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 고대 유적이나 다른 종교 시설은 물론 시아파 사원, 수니파 성지 등 이슬람 관련 시설도 훼손했다. 신정일치 국가를 표방하고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는 IS는 신(알라) 이외의 대상을 숭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S가 유적 파괴를 과시하듯 자행하는 그 이면에는 국제적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적 파괴에 따른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면서 IS의 존재와 극단적 이슬람 사상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IS가 자신의 의도에 맞게 고도의 선전전을 펼친 셈이다. 이로써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만의 독자적인 권력 장악과 지배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알카에다 등 다른 이슬람 무장조직과 차별화할 수 있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카이로아메리칸대학(AUC)에서 '테러리즘' 수업을 담당하는 마르코 핀파리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IS는 그들의 극단적 사상과 이념을 선전하고자 잔혹하고 선정적 장면만을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이슬람 성직자와 심지어 정통 이슬람 학자들도 무하마드 예언자 시대의 신상들은 이제는 문화유산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을 보이는 점도 IS가 유적을 파괴한 숨은 이유로 분석된다.
이집트의 대표적 이슬람기구 가운데 하나인 '다르 알이프타'도 최근 "이라크 모술박물관에 있는 고대 석상을 부수는 장면은 신앙의 가르침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IS 유적 파괴 행위를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