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7년 만에 일본을 방문하기로 함에 따라 그의 메시지에 국제적 관심이 모이고 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등 독일이 세계대전 중 자행한 만행을 적극적으로 사죄해 온 메르켈 총리가 자국과 마찬가지로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에서 역사 인식에 관한 언급을 할지가 특히 주목된다. 

Like Us on Facebook

메르켈 총리는 9일 도쿄에서 강연을 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한다. 이번 방문은 올해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준비 성격을 지닌 것이고, 메르켈 총리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교·안보 문제에서의 연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제 언론에서는 2015년이 독일과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한 지 70주년이 되는 때이고 최근 일본 정치인의 역사 인식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고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는 메르켈 총리가 관련 언급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독일 정부가 5일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독일 매체로부터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으며 독일 정부 소식통은 "역사 인식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된다"는 발언을 했다고 8일 보도했다. 

경제 협력이나 인구 감소 등이 우선 의제가 될 것이고 메르켈 총리가 역사 인식을 일부러 언급하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관련 질문을 받는다면 솔직한 답변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2013년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자 "일본의 국내 정치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일반적으로 모든 나라는 20세기의 끔찍한 사건에서 자신들의 역할에 정직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7일 독일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자국이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발생 후 조기수습 및 탈원전을 결단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본도 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권유했다. 

그는 "일본은 섬나라이므로 자원 확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독일과 일본이) 원자력을 둘러싸고 다른 길을 걷는 이유는 거기 있을지 모른다"면서 사고의 경험으로부터 말할 수 있는 것은 "안전이 최우선이라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그간 독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치우친 외교를 펼쳐왔는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노선을 수정하고 동아시아 균형 외교를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의 메르켈을 만들려면 우선 할당제부터'라는 제목의 특별 칼럼에서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장기 집권한 여성 지도자인 메르켈 총리의 이력 등을 소개하고 여성 정치인의 활약이 저조한 일본이 선거에서 여성에 일정 비율을 할당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2008년 7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 때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했으며 이번에 약 7년 만에 다시 일본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