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 행사가 미국 앨라배마 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서 7일(현지시간) 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두 딸을 대동하고 이 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당시 셀마 행진에 참가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정당한 미국을 만들려는 이들의 노력이 승리를 거뒀고, 이 사건이 미국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셀마 행진'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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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퍼거슨 사태를 언급하면서 "지난 50년간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미주리 주 퍼거슨 사건에서 보듯 인종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셀마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경찰·사법 시스템은 모든 사람을 위해 적용돼야 한다며 인종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연설 후 오바마 대통령은 미셸 여사, 두 딸과 손을 잡고 50년 전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한 흑인 인권 지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인파의 선두에서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를 걸었다. 

셀마는 킹 목사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 전인 1965년 3월 7일 흑인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셀마에서 앨라배마 주의 행정수도인 몽고메리까지 87㎞를 평화롭게 걸어간 '셀마-몽고메리' 행진의 출발점으로, 당시 킹 목사와 행진 참가자 600명은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위에 도달했으나 앨라배마 주 경찰이 이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무수한 부상자가 발생하는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또 이틀 후인 3월 9일에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경찰의 제지를 뚫고 2차 행진을 시도하던 인권운동가 제임스 리브를 때려 죽이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셀마-몽고메리 행진'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고, 특히 흑인의 투표권을 보장하고 행진 참가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미 전역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린든 B 존슨 당시 대통령은 미 육군 2000명을 파견해 행진 일행을 호위했고, 킹 목사와 일행은 3월 21일 세 번째 행진을 시작해 전국에서 몰려든 2만5000명의 지지자와 함께 3월 25일 몽고메리의 앨라배마 주 의사당에 입성했다. 그리고 존슨 대통령은 결국 그해 8월 6일 흑인의 참정권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투표권법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셀마 행진'은 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