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겠다고 확인한 세계 지도자들이 30명을 넘어섰다고 러시아 언론사 이즈베스티야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20여 명이었던 기념행사 참석 확인 지도자가 이달 초 들어 30명 이상으로 늘었다"면서 "중국, 베트남, 북한, 네덜란드, 그리스, 이스라엘, 이집트,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정상 등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Like Us on Facebook
관계자는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이 러시아 측에 참석을 통보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대표단 파견은 확인했지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지는 아직 통보해 오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만큼 올랑드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거부하기가 고민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찬가지로 군사 퍼레이드를 포함하는 5월 9일 승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그 이튿날 크렘린궁 옆의 무명용사 묘에 푸틴 대통령과 함께 헌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5월 9일 승전 기념식 불참을 확인하면서 2차대전에 참전했다 숨진 무명용사들의 묘에 헌화함으로써 "적절하고 예의를 갖춰 전사자들을 추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여러 채널을 통해 불참 의사를 밝혔다.
브로니슬라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폴란드 총리 출신의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불참 대열에 동참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유럽연구소의 프랑스 센터 소장 유리 루빈스키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모든 나라가 승전 기념행사 참석 여부를 두고 서로 입장들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프랑스-독일 연합, 유럽연합(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여러 수준에서 참가 문제가 조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스크바국제관계대(MGIMO) 국제정치학 교수인 옐레나 포노마료바는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와 같은 중요한 날에 불참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재검토하겠다는 도전적 행보"라며 "그러한 행보는 주의 깊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나치 독일을 무찌르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처럼 주요 연도 기념식에는 여러 외국 정상들이 초청된다.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했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초청받았으나 참석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