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섭게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1월까지도 끝을 모르고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지난 2월 말 이후 한 동안 상승세를 보이면서 50달러를 넘어 60달러대까지 재진입할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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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원유 재고 증가와 전 세계적인 원유 생산 증가 등으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데다 달러화 강세 등이 겹치면서 다시 하락세를 타고 있다.

17일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42달러(0.96%) 하락한 배럴당 43.4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저가이며 이틀 연속 최저 기록이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 선물시장에서 4월 인도분 북해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0.43달러 떨어진 배럴당 53.51달러에 거래됐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WTI 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1월 28일 44.45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약 한 달 동안 오름세를 타면서 53달러대로 올라섰다.

그러다 유럽중앙은행(ECB) 양적 완화 시행 발표를 전후한 달러화 초강세 속에서 지난 5일부터 다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와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 증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타결 가능성 기대감 등으로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원유 재고가 10주 연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3월 첫 주 미국의 원유 비축량은 4억4890만 배럴로 지난 1982년 통계 생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2월 20일 기준으로 저장고의 60% 정도가 찬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WTI 현물 인도 지점인 오클라호마 주 쿠싱의 비축량이 300만 배럴 이상 증가해 지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5150만 배럴로 집계됐다. 조만간 저장용량 한계(7080만 배럴)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 원유 재고가 10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IA는 오는 18일 3월 둘째 주간 원유 재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계에 이른 원유 재고용량은 WTI 약세를 다시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다만 이는 동시에 미국 원유 생산 감소를 촉발할 수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이후 지속된 국제유가 하락세를 이끌었던 결정적인 요인인 미국 원유 생산도 증가 둔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말 이후 반등은 미국 유전 리그(시추기·rig)수가 급감한 영향이 컸는데, 국제석유기구(IEA)는 지난 13일 내놓은 월례보고서에서 "미국의 공급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의 올해 연간 원유 생산이 하루 1260만 배럴로 작년보다 76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폭(160만배럴)보다는 작은 것이지만 시장의 예상보다 생산 증가 둔화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IEA는 미국 원유 생산이 하반기에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 어스펙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유전 시추기수 감소가 가까운 장래에 생산 둔화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 원유 생산이 계속 핵심요인으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에서도 원유 생산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

IEA는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작년보다 하루 100만 배럴 늘어난 하루 935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난 2월 전 세계 원유 생산은 9400만 배럴이었다.

소시에테제네럴은 세계 원유 재고가 2분기 170만배럴씩 증가할 것으로 봤다. 현재 원유 재고는 하루 평균 160만배럴씩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리비아의 원유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도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리비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49만 배럴로, 불과 몇 주 사이에 2배가 됐다.

또 미국과 이란 간의 이란 핵협상 타결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되면 지난 2월 하루 120만 배럴인 이란의 원유 수출이 수개월 내 100만 배럴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란 제재 해제는 유가의 재차 하락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제재가 단번에 해제되지는 않을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달러화 강세 역시 국제유가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미국 이외 투자자들에게 달러화 기준 유가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삭소 뱅크의 상품 수석 애널리스트 올레 한센은 블룸버그에 "헤지펀드들의 WTI 순매수 포지션이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인 16만 계약으로 떨어졌다"면서 "일시 중단이 있었지만, WTI가 배럴당 31달러까지 떨어지는 국면에 있다"고 판단했다.

티케캐피탈의 타리크 자히르 펀드매니저는 "향후 수주 동안 원유 재고가 증가할 것"이라며 "원유 시추기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아마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TI 가격이 배럴당 40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