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한 유명 박물관에서 18일(현지시간) 무장 괴한이 외국인 관광객 등을 인질로 잡고 군경과 대치하며 총격전을 벌이다 21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부상자도 다수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다.

CNN·BBC 등에 따르면,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사제 폭탄으로 무장한 군복 차림의 남성 2명이 이날 정오께 튀니지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총격을 가하고 나서 인근 바르도 국립박물관에 진입, 관광객들을 향해 총을 발사해 일부를 살해한 뒤 10여명을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튀니지 대테러부대와 경찰이 박물관 내부 진입 작전을 펼친 끝에 2명을 사살해 인질극은 종료됐지만, 이 과정에서 관광객 2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가운데 17명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1명은 튀니지인, 1명은 경찰관, 2명은 범인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외국인들의 국적은 폴란드,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이다.

나머지 대부분 관광객은 사건 발생 즉시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당시 이 박물관에는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 100여명이 머물고 있었다.

경찰 등은 현재 2~3명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범인들도 쫓고 있다. 괴한들의 정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튀니지 내무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킨 테러"라고 밝혔다.

박물관 공격 소식이 알려진 뒤 이슬람국가(IS)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에 지난해 12월 튀니지에 테러 공격을 경고한 IS 대원 부바크르 하킴이 나오는 동영상을 다시 올렸다. 2013년 좌익 성향의 튀니지 정치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하킴은 동영상에서 "튀니지가 이슬람에 의해 통치되지 않는 한 튀니지인들은 안전하게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의사당에서는 의원들이 반테러법을 논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의사당을 노리고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치는 않다.

사건이 발생한 바르도 박물관은 튀니지 최대 박물관으로 튀니지 역사 유물과 로마시대 모자이크 수집물, 기독교·이슬람 양식의 조각품 등을 전시한 것으로 유명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튀니지는 2년 전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의 대립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튀니지인들이 무려 3000여명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