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로 전구를 상용화했던 124년 전통의 조명 명가인 네덜란드 전기·전자업체인 필립스(Philips)가 전구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는 전구사업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생활가전과 헬스케어 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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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필립스가 발광다이오드(LED) 및 자동차 전구 부문 자회사 '루미레즈'의 지분 80.1%를 28억 달러(약 3조800억원)에 벤처투자회사인 중국 GSR벤처와 미국 오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투자펀드 '고(GO)스케일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했다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번 매각 절차는 3분기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필립스는 조명사업 중 남은 부문도 분사해 내년 중 기업공개(IPO)할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은 의료사업에 전념하겠다는 필립스의 경영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필립스는 지난해 9월 매각을 위한 사전 단계로 LED 및 자동차 전구 부문을 따로 분사했다.
필립스는 지난해 헬스케어와 소비재 가전 부문을 한 회사로 통합하고 조명사업부를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필립스는 남은 지분 19.9%를 계속 보유하지만, 경영권을 넘김으로써 전구사업에서 철수했다. 필립스는 루미레즈의 나머지 지분은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1891년 전구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한 필립스는 그동안 생산품목을 생활가전, 헬스케어 등으로 확대해왔다.
이번 매각은 헬스케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집중하려는 필립스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필립스는 그동안 전동칫솔기부터 TV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전기·전자제품들을 생산해왔는데, 현재 병원 스캐너 등 기업 및 개인 헬스케어 제품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필립스가 매각하기로 한 지난해 필립스 전구 사업부문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액(214억 유로)의 3분의 1을 조금 밑도는 등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2012년 247억9,000만달러였던 필립스 매출은 지난해 213억9,000만달러로 내려 앉았고, 특히 총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조명 부문의 매출은 2년간 3.48% 감소해 지난해 68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한편, 필립스의 조명 부문을 사들인 GO스케일캐피털은 이미 미국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업체 보스턴파워와 중국기업 신다양 등에도 투자한 바 있어 루미레즈 인수를 통해 조명산업 분야 자산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