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각국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총 1조1000억 유로에 이르는 국채 매입을 포함한 대규모 양적완화(QE)의 위력에 힘입어 사상 최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동유럽 국가들도 사상 최저인 0%대의 금리에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20년 만기 국채 47억 유로를 사상 최저인 0.47% 금리에 발행했다. 이는 1개월 전의 0.67%에 비해서도 크게 낮아진 것이다.

프랑스는 같은 날 30년 만기 국채 19억 유로를 1.09% 금리에 매각했는데, 이 역시 사상 최저 금리다.
 
앞서 독일은 지난 1일 5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0.10% 금리로 매각했는데, 이는 지난 2월 5년 만기 국채를 처음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한 데 이어 두 번째였다.

이탈리아 정부도 지난달 31일 10년 만기 국채를 사상 최저 금리인 1.34%에 발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등급이 'A-'인 폴란드도 스위스 프랑화로 국채 발행을 검토하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 재무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서는 조만간 표면금리 0%대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채권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채 가격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벤치마크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1일 사상 최저인 0.151%까지 떨어졌고, 만기가 2년 남은 독일 국채 수익률은 -0.257%까지 떨어진 상태다. 같은 만기의 핀란드 국채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때 금융위기를 겪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2%대로 내려왔다.

이 같은 유로존 국채 가격 상승세는 ECB가 월 500억 유로의 국채 매입을 포함해 월 600억 유로를 내년 9월까지 시중에 공급하는 양적완화에 따른 것이다. ECB는 필요하면 양적 완화를 더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BNP 파리바의 선임채권투자전략가 패트릭 자크는 "양적완화가 유로존 전반적으로 채권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면서 "채권 공급보다 수요가 웃도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공개된 ECB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양적완화가 기대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경기 전망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양적완화를 확고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자를 내지 않고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유로존 국가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CB도 실행한 지 3주밖에 안 된 양적완화가 이미 기대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ECB는 3월 회동에서 유로존의 올해 성장 전망을 지난해 12월의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또 인플레도 올해는 제로이지만 2017년에는 1.8%로, ECB 목표치 2%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경기 부양 목표 달성을 이룰 때까지 양적완화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 확고한다. 이는 지난달 3~4일 통화정책 이사회 회의록에서 확인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ECB의 양적완화, 시장의 신뢰를 이끌었다'는 분석의 기사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주도하는 ECB의 양적완화(QE)에 대해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대 성공작", "금융역사상 연출된 기념비적인 순간" 등의 극찬을 내놓고 있다.

JPMorgan 자산 운영부의 빈센트 쥬빈스는 "마법이 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FT는 언급했다.

그러면서 ECB의 채권매입은 유로존 경제에 생기를 불어 넣었고 유로존의 경제 신뢰도를 거의 4년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양적완화 덕분에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구매관라자지수도 4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