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알래스카항공이 암 환자와 그 가족을 비행기에서 쫓아낸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8일 폭스 뉴스, CBS, ABC, 워싱턴 포스트 등에 주요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인근에 사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인 엘리자베스 세드웨이(Elizabeth Sedway·51·여)는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6일 밤 하와이 공항에서 새너제이 행 알래스카항공 여객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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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드웨이가 마스크를 낀 것을 본 탑승 구역의 항공사 직원이 "혹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고, 세드웨이는 처음에 '필요 없다'고 답했다가 두 번째로 같은 질문을 받고는 "몸이 아파서(feels weak) 탑승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몸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은 항공사 직원은 의사를 불렀다.
 
그리고 이후 세드웨이의 가족들은 모두 비행기에 탑승했고 좌석에 앉으려 했지만 폭스 뉴스에 따르면 한 탑승객이 의사를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비행기 좌석에 앉은 세드웨이와 가족에게 다른 직원이 와서 "비행기를 타도 괜찮다는 의사의 비행 허용 진단서가 없으면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강요했다.

세드웨이는 화학치료를 맡은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의사는 "만약 본인이 판단하기에 비행기를 타도 괜찮을 것 같은 컨디션이면 그냥 타면 된다"고 말해 줬으나, 항공사 직원은 "진단서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드웨이는 5년 전 암 진단을 받았고 이후로 계속해서 비행기를 이용해왔는데 이런 일을 겪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비행기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찍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당시 세드웨이는 "내가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마치 범죄자나 전염병 환자인 것처럼 쫓겨나고 있다. 내가 암 환자이고 비행기를 타도 좋다는 허가서가 없다는 이유로 내 가족이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리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항공사 직원들에게 항의했다.

이어 여객기의 좁은 통로로 나가면서 다른 승객들에게 "시간이 지체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번 일로 인해서 세드웨이와 그 가족은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하와이에 하루 더 머물러야 했으며, 예약해놓았던 이틀간의 화학치료를 놓쳤다. 남편은 결근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결석했다.

알래스카항공은 이에 대해 "세드웨이 씨가 어제 겪은 불편함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상황 대처 방식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며 "항공료는 환불됐으며 하루 더 머무른 숙박료는 우리가 부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우리 직원은 고객의 안녕을 염두에 두고 조치를 했지만, 이번 상황은 다른 방식으로 다뤄질 수도 있었다"며 상황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미국 항공법은 아주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 장애를 이유로 승객에게 항공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세드웨이는 A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알래스카항공에서 환불 받은 금액을 암 재단 'Multiple Myeloma Research Foundation'에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