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7일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는 백인경관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살해 사건은 8개월전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사건 보다 더 충격적이다.

CNN에 따르면, 백인 경관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가 교통위반 단속을 하던 중 벤츠 승용차를 타고 가던 비무장 흑인 월터 라머 스콧(50)을 멈추게 하고 전기 충격기로 폭행한 뒤 총격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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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저 경관은 스콧과 몸싸움을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보고했으나, 지나가던 시민이 유족에 제공하고 미 언론에 공개된 영상은 이런 보고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의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을 보면 스콧과 몸싸움을 했다는 슬레이저 경관의 진술과 달리 슬레이저는 등을 돌려 달아나는 스콧에게 정조준 자세를 취하며 무려 8발의 권총을 발사하는 것으로 나온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수사 당국은 슬레이저 경관을 곧바로 체포했으며 슬레이저의 변호사 역시 변호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8개월전 퍼거슨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사건이 일어난 도시의 배경도 흑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지난해 8월 퍼거슨 사건은 퍼거슨시 백인 경찰 대런 윌슨(29)이 순찰 중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당시 18세)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증언 등에 따르면 윌슨은 도로에서 벗어나 보도로 걸어가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브라운의 목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다 브라운에게 권총 두 발을 발사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게 이유였다.

윌슨 경관은 총상을 입고 도망가는 브라운을 뒤쫓아가 최소 6발 이상을 더 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이후 성난 흑인 시민의 소요 사태가 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퍼거슨 사태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문제를 다시 한번 전면에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흑인이 퍼거슨시 인구의 70%나 차지하지만 흑인 경찰은 전체 시 경찰 53명 중 3명에 불과한 현실, 흑인을 무조건 범죄집단시 하는 미국의 사법 관행 등 구조적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노스찰스턴 역시 인구 10만명 중 거의 절반이 흑인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 비율이 높은 도시다. 

다만 퍼거슨 사건때와는 달리 이번 사건의 수사는 결정적인 영상이 있는 만큼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퍼거슨 사건 때에는 혐의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윌슨 경관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수사 석달만에 불기소 처분으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