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야당인 노동당이 영국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부유층이 합법적으로 국외소득세를 적게 내는 '송금주의 과세제'(Non-Dom)를 폐지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8일(현지시간) 발표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도의 출발은 제국주의 시절인 17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에 나가서 사는 영국인들이 현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영국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법적, 금융적 이유들로 영국을 '원 주거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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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12년 이상 영국에 체류한 외국인이 송금주의 과세자로 등록하고 연간 정해진 비용을 내면 국외소득에 대해 과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송금주의 과세자로 등록된 외국인들은 영국에 정착한 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누리는 최상위 부유층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는 한 대학 연설에서 송금주의 과세제는 "최상위층 일부가 다른 (세금)규정을 적용받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200년 동안 이어져 온 불가사의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처럼 영국에서 자라나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는데도 우리와 달리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21세기에 옹호될 수 없는 제도로 영국을 "역외 조세회피처"로 만드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그림자내각의 에드 발스 재무장관은 제도가 폐지되면 10억 파운드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지난 1월 송금주의 과세제가 폐지되면 외국인들이 영국을 떠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영국에 손실"이라고 말했으나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금융위기 이후 영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영국인들 사이에 불만 수위가 커졌다.
보수당 정부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 지난해 12월 최근 20년 가운데 17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에게 물리는 연간 부담금을 5만 파운드에서 9만 파운드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당은 2016년 4월부터 송금주의 과세제 신규 등록을 없애고 기존 등록자들에게는 세금 문제를 정리할 수 있도록 짧은 유예 기간을 주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지난달 보수당 지지를 공개선언했던 재계 인사 103명 중 한 명인 던칸 바나틴은 "내 표를 얻었다. 어떤 정당이 이런 용기를 낼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환영했다.
이에 대해 보수당 정부의 조지 오스본 장관은 노동당 정부가 집권하면 드러날 경제적 혼란의 한 사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공약은 오는 5월 7일 총선을 앞두고 보수당과 노동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가운데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