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만에 다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5%로 유지하고 내년 성장률(3.8%) 예상치는 0.1%포인트 올리는 등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은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대폭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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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14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IMF가 'G20 글로벌 전망과 정책 도전' 보고서에서 내놨던 전망치 3.7%에서 두 달 만에 0.4%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IMF는 또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로 3.5%를 예상했는데, 기존의 3.9%에서 0.4%포인트 내린 것이다.
 
IMF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4.0%를 처음 제시한 이후 6개월 사이에 2차례나 하향조정했고, 하향 조정폭도 1차 0.3%포인트에서 2차 0.4%포인트로 크게 잡았다.

하향 조정폭(0.4%포인트)도 주요국 가운데 현재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브라질 다음으로 크게 잡았다.

한국 경제가 올해(3.3%)와 내년(3.5%)에 세계 평균치(각각 3.5%, 3.8%)를 밑도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 셈이다.

IMF의 전망대로라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3년부터 4년 연속으로 3% 초중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게 돼 성장이 정체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게 된다.

특히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폭은 다른 나라보다 유독 크다.

IMF는 내년 한국 경제가 3.5% 성장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0.4%포인트 끌어내렸다. 하향 폭이 주요국 가운데서 브라질(1.5%→1.0%) 다음으로 크고 남아프리카공화국(2.5%→2.1%)과 같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정부가 계속해서 확장적 경제정책을 유지하며 거시건전성 정책을 잘 활용하고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 조건이 좋아진다는 전제 아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봐,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문가들도 IMF가 한국의 실제 경기 상황을 덜 반영했다며 추가로 전망치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한국의 올 1분기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았다"며 "IMF가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더 하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MF는 한국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한 배경에 대해 "가계와 기업의 기대심리가 낮아져 성장 모멘텀이 다소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3월에 98을 기록해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경제심리지수 추락은 각종 지표의 부진을 반영하고 있다. 올해 1∼2월 중 광공업 생산 및 출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와 0.9%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민간 소비는 1.1% 증가했지만 지난해 전체 월평균 증가율 1.7%보다는 낮다.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도 커지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도 작년 10월 전망치(2.4%)에서 0.9%포인트 빠진 1.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내년 물가상승률은 2.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의 감소세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흑자폭도 큰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보다 큰데 따른 '불황형 흑자' 구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은 7.1%, 내년에는 이보다 2%포인트 줄어든 5.1%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실업률은 올해 3.6%에서 내년에 3.5%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추가적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6월 말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