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 자신의 차기 대권 출마를 막기 위해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언론보도를 봐서 관련 내용을 알고 있다"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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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은 "이번 사안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관련성을 일축하면서 "(성 전 회장을) '충청포럼' 등 공식 석상에서 본 적이 있고 알고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무총장 일로 바빠) 그럴 여력도 없다"면서 "이런 입장을 이전에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게 또 나와 당혹스럽다"고 대망론도 차단했다.
반 총장이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같은 충청도 출신인 반 총장과 성 전 회장이 가까운 사이였던 것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지난 2000년 설립한 '충청포럼'을 통해 반 사무총장과 교류를 이어왔는데, 반 총장이 충청포럼에서 직접 강연을 하기도 했고, 유엔 사무총장이 된 뒤에도 한국을 찾을 때 꼭 성 전 회장을 포함해 충청포럼 인사들을 만났었다.
2011년 7월 성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산장학재단 20주년 기념식에도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성완종 이사장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축하 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다.
반 총장은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서 3번 등장하는데, 2012년 10월 30일에 가족오찬 일정을 잡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내가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씨도 경남기업에서 2008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상임고문으로 일했다. 반씨는 또 2012년 성 전 회장이 4·11 총선에서 서산·태안 지역구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형님(반기문 사무총장)께서 특별히 전화해서 (개소식에) 찾아왔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정치권에서는 성 전 회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반기문을 띄우기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남기업 수사 배경에 대해 "제가 볼 때는 지방신문도 그렇고 '이완구 작품'이라고 한다. (이완구 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의식해서 얘기가 많았다. 내가 반기문과 가까운 것은 사실이고 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