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전 자신에 대한 수사가 반 총장과의 관계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회자되기 시작하자 다시 한 번 선긋기에 나섰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무총장 일로 바빠) 그럴 여력도 없다"며 "이런 입장을 이전에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게 또 나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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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은 이날 저녁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 행사의 만찬 연설에서도 유엔 사무총장 은퇴 후 계획을 말하면서 대망론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반 총장은 최근 영화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를 유엔의 첫 '지뢰제거 특사'로 임명하면서 자신을 '008' 요원으로 불러달라고 농담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은퇴 후 '008 요원'으로 일하거나, 아내와 근사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손자녀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반 총장은 그동안 대망론이 제기될 때마다 "유엔 사무총장직에 충실하겠다"며 국내 정치와 선 긋기를 해왔는데, 이는 대망론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 총장의 임기가 차기 대선 1년 전인 2016년 말에 끝나는데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민들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점 때문에 대망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데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를 막고자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