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내년 말로 끝나는 가운데 그의 자리를 노리는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7일(현지시간)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반 총장의 뒤를 잇기 위한 활동을 개시했다고 주변 인사들과 분석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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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러드 전 총리가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1년 동안 준비한 저서 '시진핑 체제하 미국-중국 관계의 미래'를 이번 주 출간한다며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유엔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러드가 올해 뉴욕 소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소장직을 맡으며 활동 기반을 넓힌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러드도 호주 미디어그룹인 페어팩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직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관행상 이번에는 동유럽 출신이 맡을 차례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러드 전 총리 쪽은 유엔 사무총장 도전 관련 보도가 나오자 "다음 유엔 사무총장은 동유럽 지역에서 맡아야 한다"면서 "호주는 동유럽이 아닌 만큼 러드 전 총리가 유엔 사무총장 도전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그에 이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동유럽 배치로 말미암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동유럽 지역 후보자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 러드에게 기회는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반 총장의 후임으로 두루 거론되는 이는 현재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를 맡은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정도다. 클라크 총재는 유엔이 창설된 지 70년이나 됐지만, 여성 사무총장이 나온 적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국제 여성단체들이 이번만은 꼭 여성 사무총장을 배출하겠다며 지난달 홈페이지(www.womansg.org)까지 만들며 활동에 나서 반 총장 후임자 선출에 변수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본의 의사와 관계없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후보로 거론된다.
또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유럽연합(EU) 집행위원, 같은 나라 출신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이 동유럽 여성 후보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활발한 여성계 움직임과 달리 반 총장의 임기가 아직 1년 6개월 이상 남아 있는 탓인지 남성 도전자들의 움직임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막후 조정을 통해 결정됐으며, 반 총장의 후임자는 내년 후반기에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