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식당에서 일하던 20대 한국 남성이 실종 5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현지시간) 호주 언론은 "13일 오전 시내에서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홀로 택시를 탄 뒤 실종된 대학생 김모 씨가 18일 시드니 인근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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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시드니의 한 식당에서 일해 왔다. 호주 경찰은 타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날 부검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던 한국인(이하 '워홀러')이 살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년 반 전인 2013년 말 새벽녘에 청소하러 가던 여대생 워홀러가 현지인의 '묻지 마 살인'에 희생됐으며, 같은 해 20대 한국 남성이 귀국을 앞두고 2년간 모은 돈을 환전하러 나갔다가 또 다른 한국 출신 워홀러에게 살해당했다.
워킹 홀리데이는 18∼30세 청년이 약 12개월간 협정 체결 국가를 방문해 관광과 취업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20개국과 이 같은 협정을 맺고 있다. 이 중 호주로 떠나는 인원이 2014년 상반기 기준 2만4,146명으로 전체의 71.8%에 달한다. 영어권 국가인 데다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개국 가운데 인원 제한을 두지 않는 국가는 호주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4개국으로, 이 중 영어권 국가는 호주가 유일하다. 호주 다음으로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국가는 일본, 뉴질랜드, 독일 순이다.
전문가들은 "호주에 워홀러가 몰려 있기 때문에 살인 상해 등 강력 범죄에 연루되는 한국인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외교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인 워홀러가 연루된 사건은 살인, 폭행, 사기, 교통사고를 포함해 모두 577 건이다. 이 중 90% 해당하는 525건이 호주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워홀러의 근무 환경이 치안 취약 지대에 있다는 점도 한국인 희생자가 속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영어, 돈, 경험 3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홍보와 달리 한국인 워홀러는 대부분 힘들고 위험한 3D 업종에서 일한다. 영어가 불완전한 데다 6개월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없다는 규정 탓이다.
호주에서 2년간 워홀러로 일했던 강태호 씨(36)는 "한국인 대부분은 영어 사용권 인력과의 경쟁에 밀려 청소나 접시닦이 등 허드렛일을 한다"며 "새벽이나 한밤중에 일하는 탓에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고 했다.
강 씨는 또 "유학원의 홍보만 믿고 제대로 된 정보 없이 '떠나고 보자'는 식의 유학생이 대부분"이라며 "호주인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데, 현지 정보에 어두운 워홀러가 의외로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워홀러 참가자는 "동양인을 무시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안전에 무감각한 유학생들의 인식, 그리고 외교부의 부실한 제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