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이 오는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한 것은 돈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의 동아시아문제 칼럼니스트이자 포브스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장을 역임한 에몬 핑글톤은 지난 19일자 포브스에 실은 '베이너 의장이 일본의 가장 해악스런 총리에 아부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194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핑글톤은 27년간 일본 도쿄(東京)을 거점으로 동아시아 경제문제에 관한 기사와 저술활동을 펴왔다.

그는 "지금 미국 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돈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일본 만큼 워싱턴에 돈다발을 뿌릴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국인이 미국 정치를 후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법임은 물론이지만, 미국 회사들은 자회사를 통해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미국 정치권에 돈을 넣을 수 있다"며 "'주식회사 일본'(Corporate Japan)은 자동차와 전자 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 의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독특하게 자리 매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핑글톤은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특혜를 받았지만,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이래 가장 큰 해악을 끼친 일본 총리"라며 "악명이 높기로는 외조부로서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유일하게 필적할 라이벌"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사과 안하기'(unapologize)"라며 "아베 총리는 오웰리언(전체주의자)과 같은 태도로 일제의 악행으로 고통을 겪은 아시아와 미국, 서유럽, 러시아의 수백만 명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아베 총리는 위안부로 불리는 일본군 성노예를 일반적 매춘부로 묘사했다"며 "그러나 1940년대 초 네덜란드 여성들이 일본군의 성노예를 강요당했다고 증언한 것을 포함해 산더미와 같은 증거가 이미 나와있다"고 아베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피해자로 표현한 것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기로는 심지어 일본의 열성 극우주의자들조차 이 같은 증거에 도전하지는 않는다"며 "이미 일본 지도자들이 공개로 사과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일본이 원하는 것은 미 의회가 또 하나의 일방적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승인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TPP는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을 늘리게 되지만 미국 기업들로서는 수출할 기회가 거의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베이너 의장은 이를 승인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