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백인 경관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퍼거슨 사태' 이후 확대 보급 중인 '보디캠'에 담긴 미국 경찰의 두 모습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보디캠은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동영상 촬영 기록 장치로, 경찰의 몸 또는 전기충격기(스턴건) 등에 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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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캠 속에서 한 경찰은 살인 사건 용의자의 맹렬한 돌진에 놀라 뒤로 쓰러지는 등 생명이 위협 받는 순간에도 "당신에게 총을 쏘기 싫다"며 총격 없이 용의자를 체포했지만, 또 다른 경찰은 머리를 땅에 붙인 채 엎드린 시민을 향해 등 뒤에서 권총 두 발을 발사해 살해했다.
CNN 방송은 지난 19일 살인 사건 용의자 체포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총을 쏘지 않고 용의자를 검거한 제시 키더 경관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보디캠에 담긴 영상에서, 오하이오 주 리치먼드 시의 1년차 풋내기 경찰인 키더는 지난 16일 자신의 약혼녀와 가장 절친한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켄터키 주와 오하이오 주의 여러 카운티에서 수배 중이던 범죄 용의자를 추적하다 발견하고 차에서 내려 총을 뽑아들었다.
키더 경관은 용의자를 향해 총을 겨누면서 "손을 들어라"고 외쳤지만, 용의자는 오히려 키더 경관을 향해 다가왔다. 심지어 "내게 총을 쏘라"며 키더 경관을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이 상황에서도 키더 경관은 "당신에게 총을 쏘고 싶지 않다"면서 양손을 바닥에 대고 엎드릴 것을 명령했다.
용의자는 키더 경관의 명령을 따르기는커녕 키더 경관을 향해 돌진했고, 갑작스러운 용의자의 쇄도에 놀란 키더 경관은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키더 경관은 용의자에게 총을 쏘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일어나 용의자와 대치했다. 그리고 키더 경관이 용의자와 대치하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지원 경찰이 도착했고, 역부족임을 실감한 용의자는 스스로 땅바닥에 엎드려 항복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두 차례나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퍼플 하트 훈장을 받은 키더 경관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일하는 경찰은 촌각을 다투는 사이에 삶과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총을 쏘기 전에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균형을 잃고 쓰러졌을 때 용의자가 내게 달려들었다면 나도 총을 발포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경찰서에만 33년을 일한 베테랑 레스 스미스 경사는 "키더가 이제 1년차 경관이지만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퍼거슨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공권력을 남용해 시민의 목숨을 빼앗는 경찰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목숨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총을 사용하지 않고 용의자를 체포한 '풋내기' 키더 경관의 실화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달리 펜실베이니아 주 허멀스타운에서 일하던 여성 경관 리사 머클(36)은 비무장 시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
머클은 지난 2월 2일 자동차 검사 기한 만료 차량을 몰던 남성 데이비드 캐식(59)을 붙잡아 검문하던 중 땅바닥에 엎드린 그에게 총격을 두 번 가해 살해했는데, 손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던 캐식이 재킷에서 총을 꺼내려던 것으로 생각해 정당방위로 그에게 발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캐식의 변호인는 사건 현장을 담은 비디오 동영상을 보면 머클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한편, 머클 경관은 그간 잦은 불쾌한 행동으로 지역 주민들의 인심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