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우울증이나 환각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각성제가 미국에서 학업 성적에 집착하는 대학생들을 넘어 업무 성과를 높이려는 직장인들까지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19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각성제 복용 여부를 인터뷰한 결과, 자신이나 직장 동료가 복용한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수십 여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 각성제를 사는 것은 불법이어서 직장인들은 ADHD 환자로 위장해 사거나 친구 또는 딜러를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불법으로 이 약을 구입하고 있었는데, 실명이 공개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어 모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한 20대 여성의 경우, 얼마 전 밤 11시에 각성제 딜러(중개인)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30분 만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각성제를 전달받았다. 이 각성제는 ADHD 환자들에게 처방해 주는 암페타민인 '아데랄'로, 대학생들이 오랫동안 불법으로 사용해 온 각성제였다.
엘리자베스는 이 각성제 덕분에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일한 뒤 단 90분만 잠을 자고도 9시에 회사에 출근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의 직장 경쟁자들이 각성제를 복용하는 데 내가 하지 않는 것은 마치 테니스 경기를 하면서 나무 라켓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면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직장인으로 남으려면 각성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각성제를 복용하는 지에 대해 알려주는 믿을 만한 통계는 없다면서도 "전문가들이 직장인들의 각성제 남용을 경고하고 있다"며 각성제를 불법적으로 복용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직장인들에게 불법 거래되고 있는 각성제가 남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각성제를 복용하다 보면 우울증이나 환각상태,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과에 집착하는 직장인들은 마법과도 같은 효능을 보여주는 각성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이러한 부작용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직장 동료들에 대한 경쟁 심리로 각성제를 복용해야겠다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게 되는 사회 분위기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