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난민 사태의 뿌리는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수익성이 높은 밀입국 알선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아프리카 여러 분파들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지난 19일 지중해 상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난민선 침몰 사고는 리비아의 민병대와 여러 부족, 강도들에 의한 '인간 밀수' 사업의 산물이라면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난민들을 허술한 배에 태워 죽음으로 몰아넣는 밀입국 알선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를 다짐했지만 근본적 대응이 없으면 땜질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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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초국가적 조직범죄 글로벌계획(GIATOC) 대표 레이타노는 "인간 밀거래를 통한 돈벌이가 리비아와 사하라 주변 지역에 새로운 힘의 균형을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비아의 혼란이 시작된 이후 석유나 식량 등 전통적 자원의 수익이 급감하면서 난민 거래가 고소득 사업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무장단체들은 내전으로 전쟁터가 된 조국을 등지고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온 유럽 이주 희망자들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리비아 법질서가 완전히 붕괴된 지금이 안전하게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일생에서 단 한 번뿐인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여러 분파들도 난민들의 유럽 밀입국을 중간 과정에서 도와주면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사하라 지역 종족인 테부는 서아프리카 주민들을 4륜구동차로 니제르의 수도 아가데즈로 실어나르고 일주일에 6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자들은 니제르 아가데즈에서 리비아 중부 사바를 거쳐 이탈리아와 몰타로 떠날 수 있는 리비아 북부까지 데려간다.

평소 서로 전쟁을 벌이는 종족들이 난민들을 이송하기 위해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리비아 중부의 사바에서는 리비아 정부와 동맹 관계인 테부 부족원들이 난민들을 트리폴리의 이슬람 반군 정부와 연계된 아랍 종족에게 데려가기도 한다. 이곳에서 난민들은 또 이슬람 민병대가 점령한 주와라, 자위야 같은 지중해 항구도시로 넘겨진다.

테부 종족의 활동을 추적해온 활동가 무스타파 오르한은 "예전에 상품 밀수입을 하던 테부 같은 부족들이 지금은 불법 이주민 거래시장의 지분을 놓고 다툰다"며 "난민들은 한 업자에서 다른 업자들에게 팔려간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프리카 곳곳의 난민들이 유럽 밀입국을 위해 리비아로 몰려들면서 리비아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는 것이 점점 더 쉽지 않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는 밀거래 알선 조직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난민들을 범죄자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하고 합법적 이주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연약한 이주민들에게 등을 돌리고 지중해를 거대한 공동묘지로 만드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며 "이주민 거래는 이 끔찍한 상황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