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약 30분간 회담을 열고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 역사인식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의 걸림돌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두 정상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두번째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두 정상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해 11월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었다.
중국 관영 언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먼저 "작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의 (중일 정상간) 회담은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중일 양국 국민의 공동 노력으로 어느 정도, 중일 관계는 개선됐다"고 첫 회담에 대해 평가한 뒤 "모처럼 만의 기회이니 중일관계의 발전에 대해 아베 총리의 견해를 듣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일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일중 관계의 발전은 양국과 양국 국민의 이익이며,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함으로써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고 일중 관계 발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교류를 포함해 다양한 차원에서 교류와 대화가 깊어져 가는 가운데 일중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특히 역사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역사 문제는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에 관한 중대한 원칙의 문제"라면서 "일본이 아시아 주변국의 관심과 우려를 진정으로 대함으로써 역사를 직시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 발전, 협력, 공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라면서 "일본이 중국과 함께 평화발전의 길을 함께 걸어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국제 및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해 더 큰 공헌을 해 나가야 한다"면서 양국 지도자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나와 일본 내각은 여러 기회를 통해 약속했다"면서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역사문제에서의 인식을 계승할 것이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평화발전의 길을 지속적으로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일 관계의 중대 원칙은 양국간 '4대 정치문건' 정신 준수라면서 지난해 말 도출된 영토 및 역사인식 등에 대한 4개항 합의의 준수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과 대화와 소통 강화, 신뢰증진. 우려 해소를 희망한다"고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하면서 "양국간 4번째 정치문건에 담긴 '중일이 협력동반자 관계로서 서로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공동 인식을 광범위한 사회적 인식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자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AIIB가 국제사회로부터 보편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며 현안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일본은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거대한 수요를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인식의 기초 위에서 AIIB 관련 문제에 대해 중국과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말해 AIIB 참여의 문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