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람이 '평창'과 '평양'의 차이점을 어떻게 알겠어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2018 올림픽에 갈 계획? 당신의 '코리아'를 신중하게 골라야"라는 제목의 1면 기사를 통해 케냐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다니엘 올로마에 올레 사피트(42)가 겪은 황당한 일을 전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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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케냐 마사이족의 일원으로 소를 치는 사피트는 지난해 9월 평창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 신청을 낸 후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었다가 인천국제공항이 아니라 김일성 주석 사진이 걸린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평창으로 가는 표가 필요하다는 사피트의 문의에 여행사 직원이 평창의 영문 표기인 'Pyeongchang'으로 도착지 검색을 하다가 비슷한 평양(Pyongyang)으로 발권해 버린 것이다.
사피트는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행기로 갈아탄 뒤에도 자신이 평창으로 가는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항공기 창문을 통해 밖을 흘낏 쳐다봤을 때 고도로 도시화되고 산업화된 한국에서 볼 것으로 기대했던 대도시를 전혀 볼 수 없었다. 그 때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사피트는 "매우 후진국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공항에 내리자 사피트를 맞아준 건 군인들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였고,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북한 비자가 없었던 사피트는 입국장에서 북한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여러 시간 붙잡혀 있으면서 평양과 평창을 혼동했다는 점을 북한 출입국 담당자에게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고 결국 북한 법을 위반했음을 입증하는 서류에 서명을 한 후에야 베이징으로 쫓겨났다.
그는 북한 측의 안내로 중국행 항공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되돌아 온 후에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비행기 티켓값뿐만 아니라 비자 없이 입북하려던 죄로 500달러의 벌금까지 추가로 내야 했다.
사피트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평창이 북한의 도시가 아니라 한국의 도시라는 것을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 확실하게 알게 됐다.
사피트는 "평양에서의 하루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가려는 사람들은 깨알 같은 글씨로 작성된 보험계약서 보듯이 꼼꼼하게 도시명을 살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비행기표를 잘못 예약을 해준 나이로비의 한 여행사 직원은 "남북한이 분단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는 게 없었다. 컴퓨터에 최종 도착지를 입력하자 가장 비슷한 지명으로 평양이 검색됐다"면서 "두 도시의 이름이 매우 비슷해 이런 실수가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앞으로 약 3년 뒤면 평창에서 2018 동계올림픽이 개최돼 전 세계 수천 명의 선수, 관중, 기자들이 몰려올 것"이라면서 "이 점(평창과 평양을 혼돈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WSJ는 "2002년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처음 도전할 때부터 지명의 유사성으로 인한 혼동이 있었고, 북한이 공동개최를 바라는 움직임을 보이며 혼선이 가중됐다"면서 사피트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