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27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A는 최상위인 'AAA'보다 다섯 계단 아래 등급으로, 재정 건전화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강등 사유로 제시했다.

26일 7박 8일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대 일본 투자를 촉구하는 '톱세일즈'에 나설 계획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ike Us on Facebook

피치는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당초 올해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인상(8→10%)을 2017년 4월로 1년 6개월 연기하고, 법인세의 단계적 인하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세수 보완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며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재정 구조를 충분히 개선하지 않았다. 재정 건전화에 대한 의지가 불확실하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2013년 4월 시중 통화량을 배증시키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31일 추가 완화까지 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증세를 미룬 뒤 적극적인 재정적자 완화책을 내 놓지 않자, 일본 정부가 국채발행 부담을 중앙은행의 발권으로 해결한다는 인상이 짙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피치는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가 소비 증세 연기를 표명했을 당시 일본 국채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면서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지난해 12월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 연기 결정을 계기로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욱 불확실해졌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피치는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올 여름 새 재정 (건전화) 전략을 내 놓을 것"이라고 소개한 뒤 "그 전략의 세부 내용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이행하겠다는 정부 약속이 얼마나 강력한 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또 일본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과 부진한 경제 성장, 기업 이익의 상승세가 견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등도 일본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번 피치에 의한 신용등급 강등은 26일 방미 일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해 현지에서 대 일본 투자를 촉구하는 '톱세일즈'에 나설 아베 총리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