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거리미술의 한 형태인 '그래피티 아트'가 미국의 국립공원에까지 등장하면서 산악인들과 자연애호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LA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 앙드레 사라이바는 캘리포니아 주의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 있는 암석에 그래피티를 그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사실은 미국의 아웃도어 웹사이트 '모던 하이커'가 지난 2월 사라이바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 있는 암석에 그린 그래피티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모던 하이커'는 암벽에 그려진 그래피티에 사라이바의 트레이드 마크인 'Mr.A'(동그란 얼굴에 윙크를 하고 중절모를 쓴 캐릭터)가 있다면서 사라이바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사라이바는 암벽에는 그래피티를 그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누리꾼들이 구글맵을 통해 사라이바가 그래피티를 그린 곳이 암벽인 것을 증명하면서 십자포화를 맞았고, 결국 지난 1일 LA 연방지법에 벌금 275달러까지 물어야 했다.

사라이바는 루이뷔통과 펜디, 라이카 등 많은 브랜드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해왔으며, 프랑스의 남성 패션잡지 '로피시엘 옴므'의 편집자이기도 한 그래피티 아트계에서는 스타다. 사라이바와 같은 이들로 인해 그래피티도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래피티 아트'가 하나의 예술로 인식되면서 국립공원 내 그래피티를 표방한 낙서가 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는 지난 2013년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래틀스네이크 캐년에 그려 넣은 그래피티를 지우기 위해 올해 2월까지 수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였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자이언 캐년이 있는 자이언 국립공원,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국립휴양지 등 미 전역의 국립공원이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각 국립공원 측은 공원 내에 '몰래카메라'를 장착하고 감시에 들어갔으며, 국립공원 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그래피티를 추적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일부 산악인들은 자경단을 꾸려 단속에 나서고 있으며, 자연 애호가들은 백악관에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표방한 낙서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모던 하이커'의 케이시 슈라이너 편집장은 "국립공원은 미국인들에게는 특별한 장소"라며 "거리 문화로서 그래피티 아트는 훌륭하지만 국립공원은 예외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