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카트만두의 버스터미널에는 시골 마을로 가는 특별 차편을 배치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주민 수천 명이 모여들었으나 배차가 이뤄지지 않자 분노가 터졌다.
화가 난 일부 주민은 식수를 실은 트럭을 도로 밖으로 밀어내고 트럭 위에 올라가 물병을 던지며 격렬히 항의했으며 현장에 배치된 시위진압 경찰과의 충돌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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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라자나는 "추위에 굶고 있는데 정부가 해준 것이라고는 이렇게 줄서게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왜 이렇게 느린가. 외국 정부와 구호기관이 지원한다는데 다들 어디 있는가? 우리 정부는 완전히 없는 상태"라고 성토했다. 카트만두 동부 돌라카에서는 격분한 주민들이 관공서 창문을 박살내기도 했다.
카트만두에는 물과 식량이 떨어져가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BBC방송은 식수와 음식을 얻으려고 길게 줄을 선 주민들의 지친 모습을 전했다.
구호작업이 카트만두를 넘어 확대되고는 있지만 진앙지와 가까운 산간지대 등에서는 여전히 임시거처와 음식, 식수 등이 확보되지 않고 있어 주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상아촉 마을에서는 분노한 주민 수십 명이 타이어를 가져가 도로를 막으며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쌀과 국수, 비스킷 등을 싣고 가는 2대의 트럭과 구호 물자를 실은 군용 트럭 3대를 막아서며 대치했다. 주민 우다브 기리는 "정부에서 식량을 주지 않는다"면서 "쌀을 실은 트럭이 (우리 마을을) 지나쳐갈 뿐 멈추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팔 정부도 구호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미렌드라 니잘 네팔 정보장관은 현지 TV에 나와 "구호 과정에 취약점이 있다"면서 "전례 없는 대형 재난이어서 국민들의 기대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눈사태가 덮친 히말라야 인근 지역에서는 누가 먼저 구조되느냐를 두고 외국인 여행객과 현지 주민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이스라엘 트레커 구조를 위해 랑탕 계곡에 헬리콥터가 도착하자 주민들이 먼저 타겠다고 요구하며 구조팀을 위협했으며 주민 1명이 헬기 날개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이날까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5,300명을 넘겼으며 부상자도 1만350명에 달했다. 유엔은 4억1,500만 달러(4,440억원) 규모의 지원자금 모금에 나섰다.
유엔은 이번 지진으로 주택 7만 채가 파괴되고 53만 채가 파손됐으며 800만 명이 피해를 봤다면서 지원 동참을 호소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긴급히 지원을 받아야 할 네팔 어린이가 170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