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하도록 압박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반 사무총장이 승전 기념행사에 참가하기로 한 것과 관련, "이는 올바르고 원칙적인 결정이다. 그가 그러한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아주 심한 압박이 가해졌음을 안다"고 말했다.

추르킨은 이어 "반 총장이 자신에게 가해진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명확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합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이유로 대부분의 서방국 지도자들이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에 불참하기로 한데 반해 반 총장이 참석을 강행키로 한 데 대한 평가였다.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는 초청을 받은 68개 국가 가운데 중국, 인도, 쿠바 등 25개국 정상만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대다수 서방 국가 정상은 불참한다.

반 총장은 앞서 이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을 통해 승전 행사 참석 계획을 확인했다. 반 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두자릭 대변인은 반 총장의 방러 문제를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총장의 모스크바 방문 목적은 2차대전 종전 추모 행사들에 참석하는 것"이라면서 "소련은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엄청난 인명 손실을 보았으며 이 때문에 총장이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파벨 클림킨은 앞서 반 총장의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 참석이 (러시아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 총장은 이 같은 우크라이나 측의 불만을 의식한 듯 러시아에 이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과도 만날 계획이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5일 '일부 국가 정상들이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초청장은 징집 영장이 아니다. 누군가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는 "축제를 우리와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다른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