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를 비롯해 퓰리처 수상자인 허버트 빅스(버밍턴대학), 존 다우어(MIT) 등 일본학 전공 사학자 187명은 6일(현지시간) 집단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지난 3월 시카고에서 열린 아시아연구학회(AAS) 포럼에서 처음 나왔고, 이후 다양한 일본학 연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날 최종적으로 발표됐다. AAS는 북미를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연구하는 학자 800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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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들의 토론 포럼인 H-넷에 게재된 성명에 따르면 역사학자들은 종전 70주년을 맞은 올해에 "민주주의와 민간의 군(軍) 통제, 정치적 관용 등에 대한 전후 일본의 역사는 타국에 대한 지원과 함께 모두 축하해야 할 것들이다"고 평가했다.
성명은 "하지만 역사 해석의 문제는 이 같은 성과를 축하하는데 장애가 된다. 가장 분명한 역사적 이슈는 '위안부' 제도이다. 이 이슈는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 있는 국가주의적인 비방(독설)으로 인해 왜곡됐다. 이로 인해 다수의 학자들은 기자들과 정치인들과 더불어 인간의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역사 탐구라는 기본적 목표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한 "희생자들의 국가에서 국가주의적 목표를 위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용하는 것은 국제적인 해법 도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여성들의 존엄성을 더욱 모욕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벌어진 일을 부인하거나 경시하는것 역시 용납할 수 없다"며 "20세기 전시 성폭력과 군 매매춘의 다수 사례에서 처럼, 위안부 제도는 군에 의해 대규모로, 체계적으로 관리됐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정확한 역사'로 갈 수 있는 쉬운 길은 없다. 일제시대의 상당수 군 자료는 파기됐고, 여성들을 부대로 보냈던 조달책들의 행동은 영상에 담긴 것이 없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여성을 넘기고 위안소를 관리하는 데에서 군의 개입을 증명하는 다수의 문건들을 발견해냈다. 피해자들의 증언 역시 귀중한 증거이다. 비록 기억은 모순을 안고 있어 각자의 진술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집단적 기록은 강력한 힘을 갖고 군인 등 다른 사람들의 얘기뿐 아니라 공식 문서로도 확인된다"고 했다.
학자들은 "위안부의 구체적 규모에 대해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있고, 이를 정확히 알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들의 건전한 추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규모가 수만명 혹은 수십만명으로 봐야 하는지가 일제 시대에 착취가 행해졌다는 사실을 바꿔놓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역사학자들 일부는 또 일본군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그리고 여성들이 강압에 의해 위안부가 됐는지를 논박한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의사에 반해 붙잡혀 있었고 끔찍한 야만적 행위를 겪어야 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문제삼기 위해 특정 기간이나 단절된(isolated) 문건에 초점을 맞춘 형식 지향적 주장들은 모두 야만화(brutalization)라는 근본적 이슈를 놓치게 하고, 위안부를 착취한 비인간적 시스템이라는 보다 큰 맥락을 간과하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