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총 15조 6,000억 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국내 대기업의 단일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여서, 기념비적인 의미를 담은 투자 프로젝트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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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평택 반도체 시대를 열어내는 것은 물론 기존 기흥-화성을 잇는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현재도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등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강자이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40년 뒤를 내다보며 대규모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7일(한국시간) 오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서 '미래를 심다'라는 슬로건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삼성 평택 반도체단지는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5만 평)로, 축구장 약 400개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다. 기존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인 기흥·화성 공장을 합한 면적(91만 평)과 비슷한 크기이며, 중국 시안 공장(139만㎡)보다는 두 배 이상 크다.

입주 인원은 3천여 명이며, 공기는 내년 12월까지로 돼 있다. 예상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2017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중 79만㎡(23만8,000평)의 공장 부지에 1단계로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1기와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고,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 6,0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지난해 5월부터 본격 가동된 시안 공장에 투입된 70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현대제철이 2006년부터 7년간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에 쏟아부은 투자 규모(10조 원)보다도 50% 이상 많은 것이다.

투자 금액은 인프라와 공장 건설에 5조 6,000억 원, 반도체 설비 투자에 10조 원이 각각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로 삼성과 경기도는 41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5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건설과 가동 과정에서 각각 15조 원과 26조 원의 유발 효과를 예상하고 있으며, 고용 창출은 건설 과정 8만 명, 가동 과정 7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재·설비 등 전후방 연관 효과로 다른 산업부문 활성화에 미칠 영향도 엄청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단지 안팎에 고객사와 협력사가 다수 입주해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신생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택 반도체 단지는 특히 삼성 단지와 IT R&D(연구개발) 센터가 집중된 기흥·화성·수원과 디스플레이 단지가 있는 천안·아산 지역의 중심축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을 잇는 대형 IT 밸리를 구축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를 통해 국내 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중국, 베트남, 미주 등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에서 중국 제4공장 착공식을 했고, 올 여름에는 충칭시에도 5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 LCD 공장을 준공했다.

삼성 역시 지난해 중국 시안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가동했고, 베트남에 휴대전화 라인을 대규모로 증설했다.

이렇게 대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국내 투자에는 인색해 국내 대기업들이 오히려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부추기고 국내 경제, 특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었다.

이런 가운데 이 단지는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로 건설되는 데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른 규제완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 맞춰 투자 시기도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실적 악화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같은 대규모의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평택 반도체단지 투자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경기도 등이 투자협약서에 서명함으로써 구체화되기 시작했는데, 이 때는 삼성전자가 실적 악화로 최악의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기였다.

2013년 3분기 무려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는 이후 애플의 아이폰에 밀려 야심작인 갤럭시S5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린 데다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폰 공세에까지 밀리면서 영업이익이 2014년 1분기 8조 원대, 2분기 7조 원대, 3분기 4조 원대로 급감했지만, 당초 예정보다 투자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겼다.

이에 정부에서도 반도체단지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 공급 시기를 애초 예정인 2018년에서 2016년 말로 앞당겨 조기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산업용수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인허가 절차 간소화로 단지의 조기 가동 조건을 갖췄다.

평택 반도체 단지는 수요가 급증하는 모바일·서버 부문의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차세대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선점하는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은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메모리 반도체 또는 시스템LSI 제품 등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앞서 "모바일,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부문의 성장이 예상돼 시장 상황을 보고 투자 품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현재 화성 단지와 기흥 단지에서 각각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시스템 반도체,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1기 라인 외에 남는 부지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신설 라인이나 전기차·2차전지·바이오·헬스 등 신성장동력 부문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택 단지 건설을 통해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4년 3,500억 달러 규모에서 2018년 3,905억 달러(약 422조 원) 선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IoT·웨어러블·커넥티드카 부문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2014년 기준 반도체 시장 구조는 메모리 부문 825억 달러(D램 462억 달러, 낸드플래시 319억 달러), 비메모리 부문 2,720억 달러(시스템 반도체 2,091억 달러, 개별광소자 629억 달러), 장비·재료 832억 달러로 구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앞세운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2위이며, 메모리 시장에서는 53.1%의 압도적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말 출범 40주년을 맞았고 메모리 시장에서는 22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2∼3분기 실적 하강 국면에서도 2조 원이 넘는 분기 영업 이익을 올려 실적 방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매출 29조 3,000억 원, 순이익 9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FinFet)과 3D V낸드 TLC(트리플레벨셀) 제품 등을 잇따라 개발하는 데 성공,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에서 일본 도시바,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작에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를 전량 탑재한 데 이어 애플 아이폰 차기 모델에 실릴 AP인 A9 물량 중 상당량을 공급하기로 계약하는 등 모바일용 반도체 사업에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러한 현재의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40년 뒤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단했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단지가 미래 40년의 반도체 역사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40년 뒤의 반도체의 미래를 내다보고 이번에 과감한 투자를 실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