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결했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세계복싱평의회(WBC) 전 헤비급 챔피언과 맞섰다.

차기 대선 공화당 후보 1순위로 꼽혔음에도 지난 2월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치경력 20년의 68세의 밋 롬니는 사각의 링에 올라 권투경력 30년인 전 헤비급 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드(53)와 당당히 '맞짱'을 떴다.

홀리필드는 97년 타이슨에게 귀를 물리는 희대의 해프닝을 당한 것으로 유명한 복서다. 경기 전 롬니는 이를 의식한 듯 "홀리필드의 귀가 사정권에 들어오면 저한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롬니 전 주지사는 15일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유타 주 비영리단체 '채리티비전'의 기부금 모금을 위해 열린 시각장애인 돕기 자선 복싱에서 홀리필드와 맞붙어 2라운드까지 접전을 펼치다 기권했다.
 
붉은색 가운과 반바지 차림에 팝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를 배경음악으로 등장한 롬니 전 주지사는 노래 내용처럼 링 위에서 '살아남는 데'에 주력했지만, 탄탄한 몸매와 현란한(?) 스탭을 자랑하면서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롬니 전 주지사와 홀리필드는 바쁘게 스텝을 밟다 가벼운 잽을 주고받는 등 탐색전을 이어갔다.

둘의 주먹이 오가는 가운데 열기를 띠면서 홀리필드가 롬니 전 주지사의 주먹에 로프로 몰리거나 다운까지 당해 전 챔피언의 자존심이 구겨지기도 했다.

한 차례 다운을 당해 '성난' 홀리필드가 다가오자 롬니 전 주지사는 뒤꽁무니를 뺐고 코너에 있던 부인 앤 롬니 여사가 기권을 뜻하는 흰 수건을 던져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롬니 전 주지사는 "홀리필드가 벨트 위만 가격한다는 점이 다행이다. 정치에서는 (그런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정치권을 비꼬기도 했다.

또 "홀리필드가 나보고 '벌처럼 날아서 나비처럼 쏘더라'고 말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유명한 발언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를 비튼 유머다.

링 주변 티켓이 최고 15만 달러(약 1억6,000만원)이나 했던 이번 경기를 통해 약 1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금했다.

롬니 전 주지사측은 이날 경기로 10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후원금은 4만명의 시력을 되찾아주는 데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인 수술비 마련을 위해 기획된 이번 경기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세기의 대결보다 흥미로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