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에서 미국 대학생이 된 탈북자 조셉 김(25)이 18일 오후 6시부터 LA 다운타운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열린 특별강연을 통해 북한에서 겪은 극한의 굶주림과 탈북,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의 고난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번 강연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사장 유현석)과 아시아소사이어티 남가주센터가 공동으로 마련했는데, 20∼30대 미국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1990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김씨는 김일성 사후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아버지가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나던 중 아사하면서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
김씨는 어머니와 누나가 2002년 중국으로 탈출하면서 불과 12세 나이에 고아가 되고 말았다. 이후 꽃제비가 되어 먹을 것을 찾아 헤매며 하루하루 연명하던 김씨는 16살이던 2006년 중국으로 탈출한 여동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탈북했다.
다행히도 중국에서 몇 개월간 고생을 겪은 후 탈북자 비밀보호소 운영인을 만났고, 그의 도움을 받아 2007년 미국에서 정치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정착하게 됐고 현재 모 대학에서 공부하는 극적인 인생의 반전을 경험하게 됐다.
김씨의 스토리는 2013년 6월 연례 국제콘퍼런스, 테드(TED)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며 큰 관심을 모았다. 테드와 유튜브에 공개된 그의 스토리는 140만 건의 조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특강에서 "6살 때 부모님이 더 이상 자식들을 위해 음식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당시에는 이것이 북한 체제의 문제가 아닌 부모님의 탓으로 여겼다"고 회고했다.
이어 "나이가 조금 더 든 뒤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을 때 김일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추모 장소를 건립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일에 대해 원망이 싹텄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 현재에도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과 절망적인 상황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지금의 고난을 버텨내고 꼭 살아남아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 4년 과정밖에 이수하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에서 국제경영을 공부하다 최근 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꿨다고 했다.
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꾼 것은 향후 남북한이 통일을 이룬 뒤 북한 사회를 재구성할 때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대학 나온 후 한국에서 2~3년 동안 살면서 한국에 대해서 직접 체험하면서 한국을 알고 싶고, 졸업 후 인권 운동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김씨는 '같은 하늘 아래'(Under the Same Sky)란 제목의 책을 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 있는 탈북자가 쓴 책으로는 최초다.
이 책은 탈북 이전 북한에서 김씨가 살아온 이야기, 아버지를 잃고 가족과 헤어진 후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과정, 이후 미국까지 오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북한에 대해,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하고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 친구들의 고통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책 제목을 '같은 하늘 아래'로 정한 것은 미국과 한국 등에서 북한에 대해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북한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북한에 사는 사람도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누나와 헤어진 지 10년이 넘었는데, 행방을 모르고 사진도 없지만 누나가 그리울 때면 하늘을 보며 누나와 가끔 대화하면서 같이 살지는 못해도 같은 하늘 아래 있을 누나를 생각하며 안도감을 느끼는 마음도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어머니와 누나를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인 대다수가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잘못 알고 있으며, 선입견이 가득한 질문을 받을 때도 많았다"면서 "북한 사람들도 꿈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자신의 경험을 책에 담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