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의 여성이 갑자기 냉이 물같이 나오고 오른쪽 배와 허리가 몹시 아프다고 하면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냉이 나오는 부위에 전혀 가려움증은 없다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 냉은 질염을 일으키는 곰팡이 균 칸디다(candida)나 세균성 질염은 아니었고, 주로 백혈구가 보였습니다. 냉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는 질염이 원인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골반염이나 자궁경부에 용종이나 자궁 안에 혹이 있어서, 이 혹들에서 분비물이 나거나 피가 소량이 나면서 색깔이 변해서 이러한 질염같은 분비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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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경우에는 냉에서 주로 백혈구가 발견되었는데, 이런 경우는 이 발견되는 백혈구를 쉬운 말로 '고름'이라고 합니다. 이 분의 병은 골반염입니다. 골반염은 PID라고도 하는데, 초기에는 항생제를 쓰면 금방 치료가 되지만 방치해 두면 안에 고름으로 차고 큰병이 됩니다. 그리고 골반염은 주로 성병균인 임질균이나 클라미디아균이 문제를 일으키는데, 임질균은 좀 더 걸쭉한 누런 냉이고 클라미디아균은 좀 더 맑은 색깔이고 끈적한 점액농성분비물(mucopurulent discharge)가 나옵니다. 두 가지 병 다 공통점은 냉에 백혈구가 보이고 보통 질염과는 달리 가려움증이 없다는 것입니다.
냉의 원인이 다 다르듯이 치료가 다 다릅니다. 이분의 경우에 임질균이 발견되면 항생제주사 로세핀(Rocephin)이 특효가 있고, 클라미디아균일 경우에는 전혀 다른 항생제인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이나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이 특효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번지수가 다른 항생제를 쓰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당장 균조사를 하고 항생제를 시작했습니다. 이 분은 정확한 검사 결과 후에 제대로 항생제를 쓰니까 병이 나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무조건 질에서 냉이 나온다고 질염약만 쓰면, 이런 환자들은 병을 키우게 되고, 골반염이 심해지면 자궁 안이나 나팔관에 고름이 차고 해서, 결국에는 큰 수술을 해서 이 안에 썩은 부위를 다 도려 내고, 일주일이상 입원하고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달 이상 항생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이 분의 경우도 다른 산부인과에 얼마 전에는 갔었고, 질염약을 받아 쓰고 낫지가 않아서 찾아 온것입니다. 그냥 두었으면 골반염이 심해지면서 난관난소농양(tuboovarian abscess)라는 나팔관과 난소에 고름덩어리 큰 혹이 생기고 이럴 경우에는 수술로 이 문제덩어리를 도려내지 않으면 항생제를 아무리 오래 때려도 병이 낫지 않습니다. 제대로 진단이 안 된 상태에서 그냥 괜찮겠지 하고 믿고 있었으면 큰 고생을 할 뻔 했습니다.
갑자기 세월호 사건이 생각나는군요. 여러분 병이 낳지 않으면 그냥 기다리지 말고 혹시 다른 진단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담당의사와 병이 나을 때까지 계속 연락을 해야 하겠읍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 박해영(Peter H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