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세의 여성이 둘째를 17년 전에 낳고 한 번도 검진을 받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아랫배 통증으로 찾아왔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아랫배가 땅땅하게 뭉치는 것 같더니, 지금은 아프기 시작해서 겁이 나서 찾아온 듯 했습니다. 소변을 참았을 때 더 아프고, 특히 배란기에 통증을 더 느낀다고 했습니다. 지난 17년간 너무 건강하게 잘 살아서 자기는 의사를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고, 그리고 정말 의사를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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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둘째를 낳고 한 번도 정기검진을 한 적이 없다고 하니까, 체계적으로 자궁암검사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초음파로 자궁과 자궁내막, 난소, 나팔관을 살펴보니, 자궁내막은 두터워져 있었고, 자궁벽에는 섬유종근종이 조그맣게 앞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왼쪽 난소의 모양새가 조금 수상쩍게 변화되어 있었고, 크기도 조금 변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궁 뒤로 복수가 조금 차 있었고, 복수뿐 아니라 그 안에 고체가 둥둥 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내진할 때, 크게 통증은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읍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이 분은 무슨 병으로 17년만에 의사를 찾은 것일까요?

첫째로, 이 분의 난소의 모양새 변화와 복수가 찬 것만 가지고도, 그리고 아랫배가 땅땅하게 뭉치고 아픈 증세만 가지고도, 충분히 난소암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좋아하는 의사라면 충분히, 바로 수술계획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의사가 난소암이 의심된다고 하면, 겁이 나서 바로 수술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둘째 경우로, 똑같은 초음파 모양새와 증세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진단이 가능한데, 이 다른 진단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난소암이 아닌 난소 낭포파열(ruptured ovarian cyst)인 경우입니다. 암이 아닌 간단한 난소 물혹도 파열되는 과정에 핏줄을 손상시키고, 그리고 한 동안 피가 날 경우에 이렇게 복수가 찬 것 같이 보이고, 또 혈전(blood lot)이 복수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경우는 진통제를 복용하고 기다리면 저절로 난소낭포파열된 자리도 아물고, 복수와 혈전도 다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어떤 의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환자가 쓸데없는 수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스텝은 피검사로 난소암 종양 표지자 CA125를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서, 수치가 높으면 수술을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수치가 정상이면, 조금 여유있게 기다려 볼수 있겠습니다.

셋째로, 48세인 이 분에게는 드문 일이겠지만, 조금 더 젊은 환자분의 경우에는, 자궁외 임신인 경우에 나팔관이 터지기 전에 출혈이 있고, 이 출혈로 인해 복수찬 것 같이 보이고, 혈전이 고체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 나팔관 안에서 자라는 자궁외 임신이 흡사 난소종양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이 아닌 것을 아는 이 환자분은 간단한 소변검사로 지금 CA125 난소암종양표지자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렇게 비슷한 증세와 초음파 사진을 가지고도 큰 일을 만들 수도 있고, 또 간단하게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에게는 친절하고 정확한 진단을 하는 의사다운 의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 (Peter H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