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이 회사에서 강제노역을 한 중국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금을 제공하기로 중국 측과 합의했다고 일본의 교도 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이 24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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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쓰비시는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 따라 중국인 정부는 물론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과 최고재판소(대법원) 판결에 따라 중국인 피해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지만,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쓰비시는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군 전쟁포로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바 있으며,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포로에게도 사과하기를 원한다고 밝혀 사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강제노역에 동원된 중국 노동자 3,765명에게 1인당 10만 위안(한화 1,870만 원)을 피해 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대기업이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쓰비시와 중국 측 협상팀은 다음 달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전후로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최종 화해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앞서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지난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제임스 머피(94) 씨를 비롯한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군 전쟁포로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바 있다.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 미쓰비시 머티리얼 사외이사는 지난 22일에는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포로에게도 미군 피해자들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사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어 공식적인 사과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의 이 같은 행보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과 집단자위권법 강행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다음 달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발표를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민간 대기업과 일본 정부가 '2인3각'을 해온 전통에 비춰 최근 중일 관계 개선 흐름 속에 미쓰비시는 정부의 'OK 사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쓰비시도 중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전범 기업의 이미지를 벗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미쓰비시가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미쓰비시는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식민지 시기 조선인 강제징용은 국제노동기구가 금지한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국인 개인의 배상 청구권은 한일협정에 의해 종결됐다'는 자국 정부 입장을 따르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미쓰비시의 계열사인 미쓰비시 중공업은 현재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소송 중이다.

그러나 이번 중국측과의 합의도 강제노역에 동원된 중국인 노동자 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 과정에 나온 것이어서, 이번 합의가 한국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나 피해자의 규모 등에서 한국은 중국과 상황이 달라 해결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