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 62주년을 맞아 미국 전쟁사에 '불멸의 동투(冬鬪)'로 기록됐으며 흥남철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장진호 전투'를 기리는 기념비가 버지니아 주에 세워진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 기공식이 27일 버지니아 주 콴티코 시 해병대 박물관에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수석부의장과 최완근 국가보훈처 차장, 장진호 전투의 주역으로 꼽히는 스티븐 옴스테드 미 예비역 중장과 리처드 캐리 예비역 중장 등 생존 참전용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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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는 내년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8각 모양에 2m 높이에 꼭대기에는 장진호 전투가 전개됐던 함경남도 장진군 고토리 지역을 기리는 의미의 '고토리의 별'이 장식된다.

기념비의 정식 명칭은 '장진호(초신) 전투에 참전한 유엔군 기념비'다. 초신은 장진(長津)의 일본어 발음(ちょうしん)을 영어식(Chosin)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는 당시 한반도 지도가 일본판밖에 없어 참전 미군들이 장진을 '초신'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념비 추진위원회 측은 설명했다.

기념비 건립 총 사업비는 60만 달러이며, 추진위원회 측은 한국 정부의 지원과 자발적 기금모금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예정이다. 

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는 기념비 건립을 위해 예산 1억5,000만 원을 전달한 데 이어 내년도 완공 때까지 1억5,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새누리당도 이번 기념비 건립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부족한 기념비 예산을 모금하는 일을 우리 당이 벌이겠다"며 "늦게나마 희생자와 부상자들에게 우리가 감사로 보답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17일간 식량보급이 끊어지고 영하 30∼40도의 극한의 혹한 속에서 미국 제1해병사단 1만5,000여 명이 처절한 사투를 벌여 무려 10배에 가까운 중공군 7개 사단 12만여 명의 이중 삼중 포위망을 뒤늦게나마 미국 공군과 해군의 지원을 받아 뚫고 흥남으로 철수한 전투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군이 벌였던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함께 '세계 2대 동투'로 꼽힌다. 

장진호 전투로 인해 당시 압도적 수적 우위를 과시하던 중공군 12만 명의 남하가 저지됐고, 지원군이었던 국군 1군단과 미 10군단 4만여 명, 차량 1,750대와 함께 북한 주민 10만여 명이 흥남부두를 통해 성공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특히 전투과정에서 중공군 10개 사단 중 7개 사단이 '궤멸적 타격'에 가까운 전력 손실을 보았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미 해병도 장진호 전투에서 전체 병력 1만5,000여 명 가운데 4,500여 명이 전사하고 7,500여 명이 부상을 입어 미군 전사에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도 평가되고 있다.

당시 해병들은 전투현장이었던 장진군 고토리에서 눈보라가 그친 밤에 밝은 별이 뜬 뒤 포위망을 뚫은 것을 기리기 위해 '고토리의 별' 장식을 배지로 달고 있다.

해병1사단 소속 이병으로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은 "중공군의 수가 우리보다 10배가 많은 상황에서 식량보급이 끊어지고 손과 발이 꽁꽁 얼어붙는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전우애와 2차 세계대전을 겪었던 분대장급 지휘관들의 통솔력 덕분에 그 어려운 혹한기 전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브루스 우드워드 장진호 기념비 추진위원장은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 가운데 하나인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건립해 이번 전투에서 희생된 많은 미국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굳건한 한·미 동맹의 표상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